ε♡з예림의집으로ε♡з/예림가족 이야기 1875

아이가 눈을 뜨면서 시작됩니다

아이가 눈을 뜨면서 시작됩니다 제 자식이라도, 모든 순간이 사랑스럽고, 함께 하는 시간이 마냥 평화로운 순 없습니다. 귀여움이 한창 물오른 21개월 "송이"와의 일상을 들여다보면, 전쟁까지는 아니어도 전투에 가까운 장면이 많습니다. 아이의 자아가 형성되면서 부모의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전투는 송이가 이른 아침에 눈을 뜨면서 시작됩니다. 아내와 저는 대체로 송이보다 늦게 일어나기 때문에, 우리는 잠에 취한 상태로 하루의 초장부터 무참히 패배합니다. 어떤 날은 새벽 6시쯤 송이가 깨자마자 외칩니다. “맘마! 맘마!” 사이렌 소리인지, 아침밥을 달라는 소리인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간혹 제가 식사준비를 더디게 하거나 늦어지면, 송이는 이내 심통을 부립니다. 가끔은 이유 ..

인생은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인생은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지나고 보니, "왜, 그렇게 매일 무언가에 쫓기듯 일했는지?"하고 자문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저는 행복을 위해서 빠른 성공을 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열심히 일하면 돈을 많이 벌고, 그것으로 더 행복한 삶을 살 수 있을 거라는 일념으로, 뭔가에 홀린 듯이 일만 했던 것 같습니다. 눈가리개를 한 경주마처럼 옆을 볼 수 없는 상황에서 오로지 앞만 보고 달리다 보니, 지치는 것은 당연하고,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제 인생이 불행하게만 느껴졌습니다. ‘열심히 해도, 왜 내 인생은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때, 주변을 돌아보니 나로 인하여 행복해야 할 가족이 오히려 불행해지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미래의 행복을 위해서 현재의 행복을..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이웃이 본 것은 저의 딸이 도서관 식당에서 친구들과 김치볶음밥을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얼굴에 스쳐간 실망을 느낀 이웃이 가볍게 책망했습니다. “시험 때에 도서관에 가기라도 하는 것이 얼마나 기특해요? 놀더라도 도서관에서 놀면 예쁘지요. 그런 딸이라면, 나는 매일 업고 다니겠네요.” 그날의 대화로, 저는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책상에 책을 펴놓고 앉아있는 겉모습만을 보고 공부로 여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공부의 기준은 매우 엄격해서, 반드시 열람실 책상에 앉아 연필을 쥐고 있는 모습이어야 했습니다. 서 있어도 안 되고 책을 읽어서도 ..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하나씩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의식(意識) 문제는 아주 심각한 수준이었습니다. 저는 이 세상을 끊임없이 비틀어진 시각으로만 바라봤습니다. 저에게 세상이란, 좋은 것이 하나도 없고, 오로지 나쁜 것만 존재하는 부조리한 곳이었습니다. 제가 똥밭에서 굴러다니는 삶을 살게 된 이유는, 그런 부조리한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계속해서 세상을 마구 욕하면, 세상은 제가 욕한 딱 그만큼씩 나빠졌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대로, 저는 더 망가져갔습니다. 돈이 없다고 화를 낼수록 재정 상태는 나빠졌고, 우울하다고 생각할수록 우울증은 더 깊어져갔습니다. 믿을 사람이 하나 없다고 말하다 보면, 사람들과의 관계는 더없이 악화되어 갔습니다. 말하자면, 현실은 제가 생각하는 것과 말하는 것을, 거울처럼 그대로 반영했..

지구의 온도가 2°C 오르면..

지구의 온도가 2°C 오르면.. 어느 TV채널에서 다큐멘터리 을 방영했는데, 그중에서 3부는 "인류 최후의 전쟁, 기후 위기"가 주제였습니다. 지구 최북단 스발바르제도가 주무대입니다. 빙하가 녹아내리고 있었습니다. "빙하가 녹아내리면 생태계가 무너진다."라고 합니다. 빙하동굴 하나는 지붕이 무너져서 하늘이 보였습니다. 빙하가 털썩 쏟아져 내리는 장면을 거듭 방영하는데, 정말 두려웠습니다. 스발바르에는 현대판 "노아의 방주"라 일컫는 "씨앗 보관시설"이 있습니다. 최후의 인류를 위해서 모든 유용한 씨앗의 샘플을 보관하려면, 온도와 습도가 다 맞아야 합니다. 그것은 빙하 속에 묻혀있는데, "빙하의 일부가 녹기 시작해서 씨앗보존이 어려울 수도 있다"라고 했습니다. 지구의 온도가 2°C 오르면, 생명다양성이 절..

공짜로 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공짜로 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지난여름, 저는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동생네를 방문할 겸, 가족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빈에 짐을 풀고 난 후, 막냇동생과 함께 이제껏 말로만 듣던 파리로 향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다섯 살짜리, 조카 둘을 데리고 기차로 14시간을 달려 파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기차 화장실이 너무 좁고 불편해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처럼 생긴 곳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넓은 역사를 가로질러 가서야 겨우 화장실 표시를 찾았는데, 반가운 마음도 잠시, 입구에 조그만 전화 부스 같은 것이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상도 하지, 저 사람은 왜 하필이면 화장실 앞에서 기차표를 팔까?’ 의아해하면서, 저는 급..

마음이 전해져서 고마웠습니다

마음이 전해져서 고마웠습니다 거리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넘실대던 지난해 12월 어느 토요일 밤, 동창회에 갔다가 귀가하면서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매일 타는 113번 버스에 그만 장갑 한 짝을 두고 내린 겁니다. 아내가 일주일 전에 선물로 사 준 장갑이라서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짝 잃은 기러기처럼 홀로 남겨진 장갑 한 짝이 눈에 밟혀서 주말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무래도 아내의 소중한 선물을 이처럼 허무하게 잃을 순 없어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직원에게 차량번호를 알려주면서 자초지종을 열심히 설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버스바닥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을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주하고 제법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아주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렸습니다. 단주 초반 몇 개월간은 강한 금단증상으로 매일 엄청난 통증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 이후에 걸린 몸살감기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이었습니다. 이번에 걸린 몸살감기 증상은 꼭 숙취처럼 느껴져서, 알코올에 의존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소주 다섯 병을 먹은 다음 날 아침처럼,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은 당장이라도 뒤집어질 듯 메스꺼웠습니다. 온몸이 아팠고, 근육은 긴장으로 경직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헛구역질을 몇 번 한 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야 했습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 앓았습니다. 마치 누가 내 머릿속에 손을 넣고 뇌를 주..

잘못 가르친 것이겠지요!

잘못 가르친 것이겠지요! 세대 간의 차이를 극복하려면, 나이 든 세대는 젊은 세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하며,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의 충고를 받아들이고자 노력해야 합니다. 나이 든 세대는 비록 젊은이들이 하는 짓이 관습과 다르더라도, 그걸 틀렸다고만 할 게 아니라 포용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젊은 세대는, 나이 든 세대의 충고나 경고가 잔소리 같아서 듣기 싫어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나이 든 세대는 젊은 세대가 모르는 것들을 이미 경험해 봤기 때문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예의를 지킬 줄 알아야 하고, 상식에서 벗어나는 일을 하면 안 됩니다. 그리고 두 세대 공히 제대로 된 인간성을 갖추어야 합니다. 그러면, 세대 간의 갈등도 완화되거나 치유될 수 있을 겁니다. 사실 인문교육이라는 것도 바로 ..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이렇게 아름다울 수도 있다니! 사는 것이 힘들고 어려우며 좀체 나아질 거 같지 않아 보여도, 어느 때나 즐길 거리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리고 즐길 거리가 다양한 사람일수록 불가피한 불운과 불행을 잘 버틸 수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수용소에 포로로 잡혀가 매일 수백 명의 유대인들이 소리 없이 불태워지는 광경을 목격해야만 했던,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죽게 될 상황에 처해있던 빅터 프랭클, 그는 수용소에서 살아남아 그 경험을 토대로 로고테라피(심리치료기법)를 창시했는데, 수용소에서의 하루를 다음과 같이 기록했습니다. 어느 날 저녁이었습니다. 죽도록 피곤한 몸으로 막사 바닥에 앉아서 수프 그릇을 들고 있는 우리에게 동료 하나가 달려왔습니다. 그리고는 "점호장으로 가서 해가 지는 멋진 풍경을 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