ε♡з예림의집으로ε♡з/예림가족 이야기 1875

생강과 같은 사람

생강과 같은 사람 생강은 혼자 있으면 그 향과 맛이 강하지만, 다른 재료와 만나면 과감하게 자기 향을 죽이고 상대방의 단점을 보완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대목에서 평소 저의 음식철학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그 철학이란 두부와 표고버섯에 관한 것인데, 두부는 스스로는 아무 맛도 없으면서 요리하는 재료와 맛에 따라 변신하는 데 비하여, 표고버섯은 자신의 특유한 향으로 주변의 재료를 압도합니다. 두부라는 새로운 식재료가 처음 미국에 소개되었을 때, 같이 요리하는 모든 음식과 동화되는 신기한 재료라는 뉴욕타임스 기사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표고는 향 자체가 강하기 때문에, 볶을 때 마늘 같은 것을 넣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나 음식에 너무 많이 사용하면 안 됩니다. 짧은 요리경험을 바탕으로, 저는 "두부 같은 사람..

마음의 사자(獅子)

마음의 사자(獅子) 문제에 봉착했을 때, 인간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빠른 해결방법을 선택하도록 진화했습니다. 인류사에서 문제는 대부분 물리적인 위협이었기 때문입니다. 심사숙고했다가는, 사자나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염려가 많습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사자나 호랑이처럼 직접적인 위협은 사라졌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바로 마음의 사자, 즉 스트레스입니다. 현대사회의 새로운 문젯거리의 경우, 좋은 결과를 얻으려면 심사숙고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뇌는 현대사회의 스트레스도 물리적 위협과 똑같이 취급합니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해소를 위한 가장 쉽고 효율적인 방법이 무엇일까요? 즉각적인 안도감 또는 해방감을 줄 묘약 말입니다. 새로운 묘약을 찾아 헤맬 때, 가장 눈에 쉽게 들어오는 것이..

무슨 일이 가장 즐거울까요?

무슨 일이 가장 즐거울까요? 그렇다면, 무슨 일이 가장 즐거울까요? 책임을 완수했을 때가 인생에 있어서 가장 즐거운 일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옛말에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것 같이, 책임을 벗어난 뒤의 홀가분한 기분"이라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이 이럴 때에는, 그 홀가분하고 유쾌한 기분을 말로 형언하기가 어렵습니다. 책임이 중하면 중할수록, 책임을 져야 하는 세월이 길면 길수록, 책임을 완수했을 때에는 그 즐거움이 몇 배나 더 커질 것입니다. 대저, 천하의 모든 일은 괴로운 가운데서 얻어지는 즐거움만이 진짜 즐거움인 것입니다. 인생에 있어서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면, 책임을 져야 하는 괴로운 곳에서만이 비로소 ‘책임을 다한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이처럼 괴로움과 즐거움의 순..

무슨 일이 가장 괴로울까요?

무슨 일이 가장 괴로울까요? 인생에 있어서 무슨 일이 가장 괴로울까요? 가난? 아닙니다. 실의? 아닙니다. 늙는 것? 죽는 것? 모두 아닙니다. 인생에 있어서 가장 괴로운 일은 "완수하지 못한 책임을 짊어지고 사는 것"이라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이 만일 지족(知足)할 줄 안다면, 비록 가난해도 괴롭지는 않을 것입니다. 안분수기(安分守己)할 수 있다면, 비록 실의 했다 하더라도 괴롭지는 않을 겁니다. 늙거나 죽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면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달관한 사람들은 그냥 평범하게 보아 넘길 수도 있는 것이지, 무슨 괴로움이라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안분수기란 "분수에 만족하여 본분을 지키다."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사람이 하루라도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이상, 마땅히 해야 할 일이 있게 마련입니다. ..

돈이 없어도 사랑만 있으면

돈이 없어도 사랑만 있으면 저에게 상담을 요청한 수미(가명) 상담 내용입니다. "저에게는 남자 친구가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서로 사랑합니다. 그러나 우리의 사랑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는데, 둘 다 너무 가난하다는 겁니다. 제 친구들은 자주 영화를 보러 가지만, 우리는 돈이 없어 못 갈 때가 많습니다. 남들이 롯데월드에 갈 때에 우리는 노고산에 가고, 남들이 큰 음식점에 갈 때에 우리는 분식점에 갑니다. 그의 집이 너무 가난하고 식구가 많아서, 그가 아르바이트해서 버는 돈까지도 어머님께 갖다 드려야 합니다. 어디선가 가난이 앞으로 들어오면, 사랑은 옆문으로 빠진다는 말을 보았습니다. 가난이 싫어서, 어떤 때는 그와 헤어질까 하는 생각까지 합니다." 그리고 수미는 “선생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는 질..

왜 안 데려가고 뭐하는지 몰라!

왜 안 데려가고 뭐하는지 몰라! 인연 중에서 가장 가까운 인연이 부모 다음으로 부부라는 것을, 저는 인생 황혼녘에 이르러서야 깨달았습니다. 부부간의 스트레스는 건강을 최대로 해치는 주범이라고 합니다. 인생길에서 희로애락을 함께 하는 동반자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그 자신의 손해이고 어리석은 짓입니다. 진즉 그 사실을 알았다면,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싸움을 덜하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것을 깨닫기까지 수십 년이 걸렸습니다. 흔히들, 부부사이를 두고 지지고 볶으면서 정든다고 합니다. 그리고 부부간의 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도 합니다. 그런 예가 많으니 이런 관용구가 나왔을 테지만, 저는 "아니다"라는데 방점을 찍습니다. 제 경험에 비추어보면, 지지고 볶는 일이 잦을수록 사이는 멀어지고..

꽃을 피울 힘!

꽃을 피울 힘! 최강한파가 찾아온 지난 12월의 어느 날 저녁, 칼바람을 뚫고 퇴근해서 집에 오니, 아이가 현관까지 달려와 안기면서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아빠, 방울토마토에 꽃이 피었어요!” 저는 ‘한겨울에 무슨 꽃이 폈다는 거지?’라고 생각하면서 방으로 들어갔는데, 정말 노란 꽃 다섯 송이가 수줍게 고개를 숙이고 있었습니다. 막내아이가 지난해 4월에 식물의 성장과정을 관찰해서 기록하는 숙제가 있다면서 씨앗을 갖고 왔기에 화분에 심은 방울토마토였습니다. 새싹이 나오고 올망졸망 꽃이 피어 열매 맺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아이와 저는 기뻐했습니다. 그러나 겨울로 접어들면서, 잎이 점점 말라가더니, 결국 몇 장 남지 않고 모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아무래도 생명이 다한 것 같아서 아이에게 이제 그만 이별해..

원하던 대로 살고 있습니까?

원하던 대로 살고 있습니까? 이 지구상에는 명령받는 것을 아주 싫어하는 동물이 두 종류가 있습니다. 하나는 청개구리이고, 다른 하나는 우리 인간입니다. 동화에 나오는 청개구리는, 엄마개구리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으로 가고, 앉으라고 하면 일어서곤 합니다.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뭘 하려다가도 누가 시키면 갑자기 하기가 싫고, "내가 하나 봐라!" 하면서 심술을 부리며 일부러 안 하려고 합니다. 어릴 적 책상에 앉아있는데, “공부하라!”라는 엄마의 말씀에 “에잇, 안 해!” 하면서 책을 덮어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잘 알 겁니다. 누군가 시키면 하기 싫어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하여 주도권을 갖고 싶어 하는데, 명령을 받으면 그 주도권을 남에게 빼앗긴 듯한 느낌이 들기 때..

그때가 좋았어요!(김범석 교수)

그때가 좋았어요!(김범석 교수) 암 말기에서 임종기로 넘어갈 때, 환자 상태가 안 좋아서 입원하게 되면, 가족들이 이런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돌이켜보면, 그때가 좋았어요! 그때는 3주에 한 번씩 항암주사 맞으면서 통원치료하고, 어머니가 일상생활을 그럭저럭 다 하셨어요. 그때는 그때가 가장 힘들다고 생각했었는데, 이렇게 입원하게 되고, 또한 얼마 남지 않았다고 하니, 그때가 좋았던 것 같아요.” 우리는 살면서 "그때가 좋았다"라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결이 다를 수는 있지만, 아이 키우는 일도 그렇습니다. 저는 초등학생과 고등학생 아이가 있는데, 그보다 어린아이를 둔 젊은 후배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 키우기가 힘들다"라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아이가 집에서 이러이러한 만행을 저질렀다, 큰..

상처가 없는 인생

상처가 없는 인생 이 세상에 상처가 없는 인생은 없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상처를 입게 되면, 그것을 이겨내려고 애쓰면서 조금씩 더 단단해지게 되는 것입니다. 굳은살이 박이면, 소소한 아픔쯤은 그냥 쉽사리 넘길 수도 있게 되는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굳은살이 있어야 더 큰 상처를 당했을 때에도 그것을 이겨나갈 힘이 생깁니다. 하지만 상처를 계속 피하게 되면, 굳은살이 생기기는커녕, 아주 조금만 찔려도 죽을 것처럼 아파하게 됩니다. 상처 자체에 취약해지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일상생활 자체가 버거워집니다. 살다 보면, 갑자기 징검다리를 만나기도 하고, 가시덤불과 마주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상처가 아닙니다. 누구나 겪는 삶의 한 과정일 뿐입니다. 그런데, 상처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람은 그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