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단주하고 제법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정말 오랜만에 아주 지독한 몸살감기에 걸렸습니다. 단주 초반 몇 개월간은 강한 금단증상으로 매일 엄청난 통증에 시달려야만 했습니다. 그 이후에 걸린 몸살감기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통증이었습니다. 이번에 걸린 몸살감기 증상은 꼭 숙취처럼 느껴져서, 알코올에 의존했던 지난날의 기억을 떠올리게 만들었습니다. 마치 소주 다섯 병을 먹은 다음 날 아침처럼,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속은 당장이라도 뒤집어질 듯 메스꺼웠습니다. 온몸이 아팠고, 근육은 긴장으로 경직되었습니다.
화장실에서 헛구역질을 몇 번 한 뒤, 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고 다시 이불속으로 기어들어가야 했습니다.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끙끙 앓았습니다. 마치 누가 내 머릿속에 손을 넣고 뇌를 주무르는 것처럼 아팠습니다. 그리고 코가 막혀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그날 정말 중요한 미팅이 있었기에 마냥 누워 있을 수도 없었습니다. 몸을 겨우겨우 다시 일으키고는, 욕실에서 서지도 못하고 주저앉아 샤워를 했습니다. 어쩔 수 없이 저는, 가장 중요한 약속 하나만 빼고는, 나머지 저녁일정은 모두 취소하기로 했습니다. 금단증상을 이겨낸 이후로는 처음 있는 일이었습니다.
중독은 분명 질병입니다. 뭔가에 의존해서 산다는 것은, 그 증상을 극복하기까지 매일 아픈 상태로 살아야 한다는 뜻입니다. 매일 시름시름 앓으며 15년을 보내면서도, 내가 아프다는 것을 믿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건강해지고 나서야, 지난 시간 동안 얼마나 아픈 사람이었는지 절절히 느끼게 되었습니다. 얼마나 고생스러웠을까 싶어, 저 자신의 몸과 마음에 다시 한번 미안했습니다. 정말이지, 다시는 이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러자, 단주했다는 단순한 사실이 거대한 행복으로 변해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어느덧 잠에 빠졌습니다.(무명)
알코올중독까지 이르지 않고 술을 잘 이겨냄으로써 술을 적당히 즐기면서 재미나게 사는 사람들이 많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후자에 속하는 사람들도 원래는 술을 적당히 마시면서 즐겁게 살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처음부터 나는 알코올중독자가 되겠다."라고 작심하고서 술을 마시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어쩌면, 술을 멀리할 경우, 사회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을 사는 즐거움이 확 줄어들 수도 있을 겁니다. 하지만, 술 없이도 잘 살 수 있는 것이 더욱 좋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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