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로 주는 일이 없었습니다
지난여름, 저는 오스트리아 빈에 살고 있는 동생네를 방문할 겸, 가족들과 함께 유럽여행을 떠났습니다. 빈에 짐을 풀고 난 후, 막냇동생과 함께 이제껏 말로만 듣던 파리로 향했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과 다섯 살짜리, 조카 둘을 데리고 기차로 14시간을 달려 파리 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기차 화장실이 너무 좁고 불편해서, 내리자마자 화장실부터 찾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둘러봐도 화장실처럼 생긴 곳이 없었습니다. 한참을 헤매다가 넓은 역사를 가로질러 가서야 겨우 화장실 표시를 찾았는데, 반가운 마음도 잠시, 입구에 조그만 전화 부스 같은 것이 있고, 그 안에 사람이 앉아 있었습니다.
‘이상도 하지, 저 사람은 왜 하필이면 화장실 앞에서 기차표를 팔까?’ 의아해하면서, 저는 급한 대로 화장실 손잡이를 잡아 흔들었습니다. 그러자, 그 사람이 놀라 뛰어나오더니, 눈까지 부라리며 뭐라고 핀잔조로 말했습니다. 한참 만에야, 저는 ‘그 사람이 화장실 지킴이고, 우리 돈으로 약 500원을 내고 토큰 비슷한 것을 사서 넣어야 화장실 문이 열리게끔 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부자가 더 무섭다더니, 가난한 나라도 아니고 돈 많은 나라에서, 그것도 커다란 기차역에서 화장실 이용료를 받는다는 것은, 저의 사고방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가방을 동생에게 맡기고 갔던 터라, 저는 다시 역을 가로질러 가서 돈을 가져와서야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돈 없으면 화장실도 못 간다는 것 아닙니까? 다른 것도 아니고 어쩔 수 없는 생리현상인데, 화장실 앞을 지키고 앉아서 돈을 받다니, 그처럼 치사한 일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화장실 못지않게 치사한 것은 먹는 물이었습니다. 카페에서 식사를 해도 물 한 잔 공짜로 주는 일이 없고, 작은 물병 하나에 우리 돈으로 4,500원이나 받았습니다.(고 장영희 교수)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그리 멀지 않은 옛날, 화장실 입구에서 사람이 지키고 있다가 화장실이용료를 받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어디를 가든지 자유로이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행하다가도 주유소를 찾아서 들어가면 화장실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우리나라에 여행 왔던 외국인들은 "한국인만이 한국이 얼마나 잘 사는지 모르는 것 같다"라고 말하곤 한답니다. 사실, 그렇습니다. 가만히 정신 차려서 잘 살펴보면,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이 너무 호사스럽다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그럴수록 더 절제하고 절약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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