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전해져서 고마웠습니다
거리마다 연말의 들뜬 분위기가 넘실대던 지난해 12월 어느 토요일 밤, 동창회에 갔다가 귀가하면서 아찔한 경험을 했습니다. 매일 타는 113번 버스에 그만 장갑 한 짝을 두고 내린 겁니다. 아내가 일주일 전에 선물로 사 준 장갑이라서 아쉬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짝 잃은 기러기처럼 홀로 남겨진 장갑 한 짝이 눈에 밟혀서 주말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아무래도 아내의 소중한 선물을 이처럼 허무하게 잃을 순 없어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직원에게 차량번호를 알려주면서 자초지종을 열심히 설명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반신반의했습니다.
요즘처럼 바쁜 세상에 버스바닥에 떨어진 장갑 한 짝을 주워서 주인에게 돌려줄 생각을 하는 사람은 없으리라고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전화를 받은 직원이 해당버스 기사분에게 연락해 보니, 장갑을 주워 잘 보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말 다행이었습니다. 집 근처 정류장에서 만난 기사분에게 미리 준비한 음료수를 건네자, 도리어 “안 주셔도 되는데.. 잘 마시겠습니다. 감사합니다.”하며 장갑을 돌려주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그저 대수롭지 않은 장갑 한 짝일 수 있으련만, 작은 물건 하나라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이 전해져서 아저씨가 진심으로 고마웠습니다.
집에 돌아와 장갑 두 짝을 나란히 포개놓자, 비로소 마음이 놓였습니다. 사사로운 일이었지만, 저에게는 어느 때보다 감격스럽고 고마운 경험이라서 운전기사분에 대한 감사함을 더 확실하게 남기려고 "칭찬합시다!" 메뉴에 접속했습니다. 그런데 순간,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칭찬의 글은 3년 전을 마지막으로 업로드가 중단돼 있었고, 글쓰기 란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타인에게 도움 받는 일도, 고마움을 느낄 일도 점점 사라지는 세상이 되는 것 같아서, 마음 한 편이 씁쓸했습니다. 다시 찾은 장갑 한 짝이 더욱 귀해지는 순간이었습니다.(유병식)
제 생각에는, 칭찬할 일이 없어서라기보다는, 그 사이트 관리자가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았을 걸로 여겨집니다. 3년 동안이나 칭찬할 일이 없었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장갑을 보관했다가 돌려준 그 기사분과 같은 분이 어찌 그분 하나이겠습니까? 아무튼, 세상을 그처럼 어둡게만 볼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길거리에 꽁초를 버리는 사람도 줄어들었고, 길바닥에 침 뱉는 일도 거의 볼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세상을 밝게 보면서 우리 모두가 좀 더 밝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해야겠습니다. 우리 모두 빛과 소금처럼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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