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서머싯 몸은 <과자와 맥주>라는 책에서 한 여자를 다음과 같이 묘사하고 있습니다. “그녀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 역설적이지만, 그것도 하나의 능력이나 재능인 것만은 틀림없는 듯합니다. 제 주변을 보면, 한 시라도 생산적인 일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아주 안절부절, 초조해하고 불안해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은 시간이 조금이라도 남으면, 하다못해 층계라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운동을 하거나, 그 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거나, 할 일이 없으면 괜히 시계를 보거나,
심지어는 주위 사람들에게 공연히 짜증을 내기도 합니다. 제 친구 중엔 자투리 시간이 날 때마다 뜨개질로 뭔가를 짰다가, 다 짜고 나면 풀어서 다시 짜는 이도 있습니다. 저는 딱히 이렇다 하게 내놓을 능력이나 재능이 없지만, 다행히도 이 "무위(無爲)의 재능", 즉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만은 넘치게 가진 것 같습니다. 재능도 유전이라면 저는 돌연변이에 속하는데, 우리 부모님이나 형제들은 전혀 이런 재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입니다. 이북에서 내려오셔서 맨손으로 자식 여섯을 키우신 우리 부모님은 더할 나위 없는 부지런함의 표상입니다.
우리 형제들도 마침 손에 잡힌 일이 없으면 일부러 찾아서라도 해야 직성이 풀리는 성격들입니다. 그런데, 저는 가만히 누워 하염없이 천장벽지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거나, 책을 보다 졸거나, 창밖을 보고 몽상에 잠기며 시간을 낭비해도, 별로 죄의식이 없습니다. 아니, 죄의식은커녕, 제발 그런 시간이 오기를 고대합니다. 하지만, 많은 재능 중에서 하필이면 무위의 재능을 갖고 있다는 것을 크게 자랑스럽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세상에, 그런 재능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능력 때문에 어영부영 시간 낭비하다가 걸핏하면
약속시간에 늦고, 무슨 일이든 마지막 순간까지 미루다가 급하게 하니 만족스럽게 마무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게다가 시간이 날 때마다 쓸데없는 공상을 하다 보니, 건망증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열쇠나 지갑을 잃어버리는 것은 다반사이고, 꼭 해야 할 일을 깜박 잊어서 큰 소동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장영희)
그렇습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은 저에게도 부럽게 느껴지는 능력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한시라도 가만히 앉아 있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짬이 나면, 책을 읽거나 인터넷 정보를 보곤 합니다. 그냥 가만히 있지를 못합니다. 그리고 전혀 실익이 없는 일들을 만들어 하고 있습니다. 그 일을 하지 않는다고 해서, 그 누가 책임추궁을 하거나 재촉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가 스스로 정해놓고 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을 제 시간까지 마무리하지 않으면 마음의 부담까지 느끼고 있으니, 어찌 보면 제가 참 어리석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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