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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아름다운 기적

예림의집 2023. 5. 16. 10:37

더욱 아름다운 기적

돌아보면, "그 긴 터널을 어떻게 지나왔는지?" 새삼 신기합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저는 지난 3년이 마치 꿈을 꾼 듯, 희끄무레한 안개에 휩싸인 듯, 선명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통증 때문에 돌아눕지도 못하고, 꼼짝없이 침대에 누워 있던 일, 항암 치료를 받기 위하여 백혈구 수치 때문에 애타던 일, 방사선 치료 때문에 식도가 타서 물 한 모금 넘기는 것조차 고통스러워하며 밥그릇만 봐도 헛구역질하던 일, 그런 일들은 의도적 기억상실증처럼 제 기억 한 편의 망각의 세계에 들어가 있어서, 가끔씩 구태여 끄집어내야 잠깐씩 회생되는 파편일 뿐입니다. 
그 세월을 생각하면, 그때 느꼈던 가슴 뻐근한 그리움이 다시 느껴집니다. 사방이 회벽으로 둘러싸인 방 안에 세상과 단절된 채 있었기에, 저는 참 많이 바깥세상이 그리웠습니다. 밤에 눈을 감고 있으면, 밖에서 들리는 연고전 연습의 함성소리, 그 생명의 힘이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파란 하늘 아래 드넓은 공간, 그 속을 마음대로 걸을 수 있는 무한한 자유가 그리웠습니다. 또한 무엇보다도, 아침에 일어나 밥 먹고 늦어서 허둥대며 학교 가서 가르치는, 그 김 빠진 일상이 미치도록 그리웠습니다. 그런 모든 일상을, 그렇게 아름다운 일을,

그렇게 소중한 일을,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 태연히 행하고 있는 바깥세상 사람들을 끝없이 질투하며 부러워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가 다시 나타났습니다. 제 본래 자리로 돌아온 겁니다. 다시 강단으로 돌아왔고, 아침에 자꾸 감기는 눈을 반쯤 뜬 채 화장실에 갔다가 밥 먹고, 늦어서 허겁지겁 학교로 가는, 저의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이젠 목젖이 보이게 입을 크게 벌리고 보쌈도 먹습니다. 그리고 상추쌈도 먹고 갈비찜도 먹습니다. 김종삼 시인은 <어부>라는 시에서 말했습니다. "바닷가에 매어 둔 작은 고깃배 / 날마다 출렁인다. 풍랑에 뒤집힐 때도 있다.

화사한 날을 기다리고 있다. 살아온 기적이 살아갈 기적이 된다. 사노라면 많은 기쁨이 있다." 맞습니다. 지난 3년간 제가 살아온 나날은, 어쩌면 기적일지도 모릅니다. "힘들어서, 아파서, 너무 짐이 무거워서 어떻게 살까?" 하고, 늘 노심초사했습니다. 그리고 고통의 나날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는데, 결국은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열심히 살면서 잘 이겨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런 내공의 힘으로 더욱 아름다운 기적을 만들어갈 것입니다. 제 옆을 지켜주는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다시 만난 독자들과 함께 동일한 배를 타고서 삶의 그 많은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고 장영희 교수)

그렇습니다. 장 교수님은, "3년간 암 투병을 한, 그 나날들이 기적과도 같다"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암 투병 하는 동안, 병실 바깥에서 살고 있는 세상 사람들을 질투하며 부러워했다"라고 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지금, 그때 장 교수가 질투하며 부러워했던 일들을 누리면서 살고 있는 것입니다. 장 교수의 글들을 읽으면서 이미 감지하셨으리라 여겨집니다만, 우리는 진정 많은 복을 누리면서 살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의 일상이 축복인 것입니다. 고로, 반복되는 일상을 지겨워하거나 허무하게 여기는, 어리석음을 범해서는 안 됩니다. 늘 감사하면서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