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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예림의집 2023. 3. 23. 10:33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 이웃이 본 것은 저의 딸이 도서관 식당에서 친구들과 김치볶음밥을 먹는 장면이었습니다. 그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맥이 탁 풀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제 얼굴에 스쳐간 실망을 느낀 이웃이 가볍게 책망했습니다. “시험 때에 도서관에 가기라도 하는 것이 얼마나 기특해요? 놀더라도 도서관에서 놀면 예쁘지요. 그런 딸이라면, 나는 매일 업고 다니겠네요.” 그날의 대화로, 저는 몇 가지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는, 제가 책상에 책을 펴놓고 앉아있는 겉모습만을 보고 공부로 여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에게 있어서 공부의 기준은 매우 엄격해서, 반드시 열람실 책상에 앉아 연필을 쥐고 있는 모습이어야 했습니다. 서 있어도 안 되고 책을 읽어서도 안 됩니다. 반드시 책상에 앉아서 뭔가를 쓰고 있어야만 합니다. 또 하나는, 아이가 했던 것처럼, 시험 기간에 도서관에 간다는 그 행동은 똑같은데, 각 가정의 평가는 다르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는 도서관에 가더라도 식당에 있는 것만으로는 칭찬할 수 없는 일이었으나, 저의 이웃은 그것만으로도 기특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갑자기 어린 시절 할머니께서 말씀하셨던 "장혀~"가 생각났습니다.

할머니는, 제가 책상에 앉아서 공부하는 엄격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않아도, 언제든지 장하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재밋거리 책들을 뒤적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뒤에도 장하다고 하시곤 했습니다. 그 시절 제가 즐겨 읽던 흥미 위주의 책들은, 요새로 치면 웹툰이나 다름없는 것이었지만, 할머니는 그저 장하다고 하셨습니다. 다소 후하게 받은 칭찬에 좀 머쓱하기도 했고, 할머니는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고 속으로 무시하기도 했습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할머니께서는 제 노력과 열심에 대한 기준이 정말 낮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정말 기분 좋은 일이었습니다.

지금도 할머니가 살아계셔서 우리 집에 계셨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할머니는 아이에게 틀림없이 장하다고 하셨을 겁니다. 도서관 식당 김치볶음밥의 빨간 재료를 입가에 남긴 아이는, 할머니가 "장하다~!"라고 하는 말을 머쓱해하면서도 무척 기분 좋게 받아들였을 겁니다.(심윤경)

사실, 그렇습니다. 부모의 기준은 엄격한 반면, 그 자녀는 부모의 기준이 좀 느슨하길 원합니다. 하지만, 그 자녀도 부모가 되면 그 기준이 엄격해지기 마련입니다. 자신의 과거 어릴 적 형편은 어떠했든지, 지금 자신의 자녀는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하고 성적도 우수해야 합니다. 자신은 과거에 그 부모의 마음을 흡족시키지 못했을망정, 지금의 자녀는 부모인 자신의 마음에 꼭 드는 사람이 되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지금 자녀에게 필요한 것은 칭찬과 격려입니다. 조금이라도 칭찬할 만한 게 있으면, 그걸 근거로 자꾸 칭찬해야, 밝은 아이로 성장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