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고든/기도훈련

말 없는 기도②

예림의집 2023. 2. 22. 11:23

말 없는 기도②

 

이제 그 자세에 주목하면서 이 기도의 거장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합시다. 엘리야는 막 갈멜산 아래서 벌어진 격렬한 싸움을 끝마치고 올라온 참이었습니다. 그는 지금 이스라엘이 처한 상홍의 긴박함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온 나라가 오랜 가뭄으로 메말라가고 있었으며, 산 아래 모여든 백성들은 그가 기적을 일으켜 주기를 갈망하고 있었습니다. 엘리야는 이 모든 일이 지금 자신이 드리게 될 기도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깊이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원래 열정적인 사람이었는데, 이제 그 열정은 그가 기도하면서 본능적으로 취한 자세를 통해 생생히 드러났습니다. 즉 그는 얼굴을 무릎 사이에 대고 땅에 납작 엎드렸던 것입니다. 우리는 이 모습을 보면서 감람나무 아래서 예수님이 "얼굴을 땅에 대시고 엎드려" 기도하셨던 겟세마네 동산의 장면을 떠올리게 됩니다(마태복음 26:39). 주님의 그 깊은 열정 역시 이같이 땅에 엎드리신 데서 잘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엘리야의 모습에는 또 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42절에는 "그가 기도했다"라는 표현이 나타나지 않는데, 이는 그가 아무 말 없이 침묵 속에서 하나님께 구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때 엘리야가 드린 것보다 더 순전하고 간절한 기도는 없었습니다. 그가 취한 자세 자체가 바로 기도였기 때문입니다. 그 강철 같은 의지를 지닌 엘리야, 왕을 꾸짖고 불만에 찬 백성들을 굴복시켰던 엘리야가 이제는 주님 앞에 무릎을 꿇고서 온전히 복종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고 통치자인 왕을 가장 미천한 백성처럼 대하면서 당당히 명령했던 그가 이제는 한없이 자신을 자추어 엎드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따르기로 맹세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군중을 번뜩이는 눈을 책망하던 그는 이제 하나님 앞에 꿇어 엎드려 간곡히 호소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러한 그의 자세 자체가 기도인 것입니다. 이와 같은 그의 기도는 입으로 쏟아내기에는 너무 절절한 것이었습니다.

이뿐 아니라 우리는 다음의 사실을 통해 기도의 의미를 더 생생히 깨닫게 됩니다. 그것은 바로 엘리야 자신이 기도가 되었다는 점입니다. 묵묵히 꿇어 엎드린 엘리야의 그 모습 속에는, 그가 적들의 격렬한 방해에도 불구하고 참되신 여호와 하나님께 충성을 다해온 지난날의 세월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모습 속에는 사람들에게 비웃움과 조롱을 당하면서도 하나님만을 섬길 것을 호소하던 시간들과 그릿 시냇가로 도망쳐서 홀로 외롭게 보냈던 시간들이 모두 담겨 있었던 것입니다. 말없이 몸을 굽혀 엎드린 그의 모습 속에는 지난 마흔두 달 동안의 오랜 기다림이 전부 담겨 있었습니다. 이제는 엘리야 자신이 기도였습니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내용은 이미 바닥이 났던 것입니다. 그 여러 해 동안 드려 온 기도는 이제 엘리야 자신의 모습을 통해 절절히 표현되고 있었습니다. 그 자신이 기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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