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기도①
엘리야가 이 기도를 위해 취한 자세 역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땅에 꿇어 엎드려 그의 얼굴을 무릎 사이에 넣고"(열왕기상 18:42). 사실 이 기도하는 자세에 관해서는 각 나라마다 다양한 관습이 있습니다. 스코틀랜드 교회에서는 다 함께 서서 공중 기도를 드리며, 잉글랜드 교회에서는 무릎을 꿇고 머리를 숙인 채로 기도합니다. 그리고 터키의 이슬람교도들은 작은 기도 깔개 위에 무릎을 꿇고 엎드려 기도합니다. 전에 나는 성 페테르스부르크로 불렸던 지금의 레닌그라드에서 수많은 군중이 얼굴을 당에 대고 엎드려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것은 그리스 정교회의 일반적인 관습이었습니다. 그리고 오래전 유대인 사회에서는 일반적으로 길에 서서 기도했던 듯합니다(마태복음 6:5; 마가복음 11:25; 누가복음 18:11, 13).
그런데 여기서 우리가 주의 깊게 살필 것은 어떤 이가 간절히 기도할 경우 그 마음이 그 자세를 통해서도 자연히 드러나게 된다는 점입니다. 도르가를 살리려고 기도하던 베드로는 간절한 마음으로 무릎을 꿇었으며(사도행전 9:40), 스데반 역시 돌에 맞아 죽어가면서도 주님을 사모하는 마음으로 꿇고 그분을 바라보았던 것입니다(사도행전 7:60). 또 죽음의 위기를 무릅쓰고 예루살렘을 향하던 바울은 에베소교회의 지도자들과 작별하면서 기도드릴 때 무릎을 꿇었고, 그와 작별하러 나온 수많은 남자와 여자와 어린아이들도 두로 해안가에 본능적으로 무릎을 꿇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큰 소리로 울었습니다(사도행전 20:36, 21:5).
이처럼 기도하는 자세는 그 마음이 간절함을 드러내 줍니다. 어떤 이는 말을 많이 쏟아내는가 하면, 또 다른 이는 오히려 말을 적게 함으로써 그 간절함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 간절함을 무엇보다 잘 표현해 주는 것은 그가 본능적으로 취하는 자세인 것입니다. 무릎 꿇는 일 자체가 복종을 나타내는 행동이며, 자신보다 더 큰 능력을 지닌 이에게 굴복하는 일입니다. 그러니 무릎을 꿇는 것은 우리가 진실한 마음으로 기도할 때 취하게 되는 자연스러운 자세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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