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지로 오리를 가게 하거든..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마태복음 5:41) 여기서 제게는 "억지로"라는 부분이 문제입니다. 누군가가 내게 5리, 약 2킬로미터를 가 달라고 "부탁"한다면 괜찮습니다. 정중히 부탁한다면 힘들더라도 얼마든지 함께 가 줄 용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억지로 시킨다는 느낌이 드는 순간, 내 자존심이 고개를 쳐듭니다. "억지로"는 상대방이 나를 통제하려고 한다는 뜻이기 때문에 기분이 상합니다. 당시에는 로마 병사들이 식민지 민간인에게 억지로 일을 시킬 수 있게 하는 법이 있습니다. 하지만 한계는 있었습니다.
로마 병사들은 유대인에게 자신의 짐을 5리까지 지고 가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유대인은 이 명령을 거부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로마 병사의 짐을 짊어지고 5리까지는 갔습니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한 발짝도 더 가지 않았습니다. 제아무리 로마 병사라 해도 다시 5리를 더 가는 것은 강요할 수 없었습니다. 로마 병사들은 유대인의 적이었습니다. 그들은 유대인들을 개처럼 취급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나리오를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유대인 남자가 일을 마치고 집으로 가고 있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배는 고픕니다. 어서 집에 가서 먹고
텔레비전으로 스포츠 경기를 보다가 잠자리에 들 생각뿐입니다. 그런데 길 건너편에서 로마 병사가 보입니다. "아뿔싸!" 가장 우려했던 상황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로마 병사는 이 유대인 앞에서 자신의 짐을 바닥에 던지며 말합니다. "나의 충실한 개가 되어 이 짐을 지고 가라!" 유대인 남자는 걸음마다 분노를 실어 쾅쾅 내딛습니다. 그렇게 5리를 가자마자 짐을 내려놓고 못마땅한 표정으로 몸을 돌립니다. 이런 날 그가 집에 가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요? 아직도 화가 가시지 않은 그는 문을 쾅 닫고, 아내에게 소리를 지르고, 아이들에게 퉁명스럽게 굴고,
개를 발로 차고, 자기 방에 틀어박혀서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가 처음 5리를 다 간 뒤에 로마 병사에게 이렇게 말한다면 어땠을까요? "혹시 원하신다면 5리를 더 가 드리겠습니다." 마치 자신의 삼의 통제권을 다 내려놓는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잘 생각해 보면 이는 오히려 삶의 통제권 일부를 되찾는 것입니다. 이번에는 누군가가 시켜서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니다. 스스로 "선택해서" 하는 것입니다. 생각보다 조금 더 늦게 귀가할 수는 있지만 이번에는 당당한 모습으로 집 문을 엽니다. 이런 경우, 로마 병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어리둥절해할 것입니다.
분명 다른 병사들에게 이 일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글쎄, 한 유대인이 내 짐을 듣고 5리를 가더니 다시 자원해서 5리를 더 가지 뭐야!" 사람들이 주목할 것입니다. 이렇듯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한 번에 한 사람에게 5리를 더 가 주라고 가르치십니다. 심지어 상대방이 우리의 삶을 비참하게 만드는 적이라고 해도 그렇게 하라고 하십니다. 오늘날 이 가르침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요? 이렇게 해 보면 어떨까요? 누군가가 모욕을 하면 친절한 말로 받아칩시다. 배우자가 비판을 하면 오히려 배우자를 칭찬합시다.
비난하는 사람을 축복합시다. 식당에서 종업원이 퉁명스럽게 굴면 오히려 평소보다 더 고맙다는 표현을 하십시오. 그러면 그들이 다시 한 번 쳐다보지 않겠습니까? 상사가 오늘따라 심술궂게 괴롭히면 그를 위해 기도하고 그를 위로하는 메모를 남기십시오. 5리를 더 가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의 삶이 복을 받을 것입니다. 이 세상에 선하고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고, 세상 사람들이 하나님을 좋게 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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