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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까맣게 모르는 일이..!

예림의집 2022. 10. 24. 11:02

나만 까맣게 모르는 일이..!

20대 청춘은 늙어간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상상하기 어려울 겁니다. 30이 다가오고, 주변에서 기력이 쇠약해진다는 소리가 들릴지언정, 그 말들을 정말 자신의 일로 받아들이는 젊은이는 없을 것입니다. 카테터(의학 기구의 일종) 치료의 일인자인 제 주치의는 동맥경화와 협착이 노화(老化)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 듦은 신체적인 쇠약만을 일컫는 게 아니라, 건망증이 심해지거나 외국어 단어를 외우지 못하는 등, 부지불식간에 생활하는데 지장을 초래합니다. 아버지는 저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는 것이 생각났습니다. "잊어버린 것을 나중에라도

알아차리면 또 모를까, 어쩌면 나만 까맣게 모르는 일이 생길지도 모르겠구나, 그것이 두렵단다!" 이윽고 우려하던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습니다. 알츠하이머 치매 진단을 받은 것입니다. 오랫동안 혼자 사시다가 일상생활에 문제가 일어나고부터 치매인 것으로 판명되었습니다. "왜? 도통 모르겠다."라고 하시며 병원에서 저항하는 아버지를, 집으로 모시고 와서 재택 간병을 하게 되었습니다. 치매환자는 기억으로 인한 고통이 전혀 없게 되니, 좋은 면도 있다고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잘못된 생각입니다. 간병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아버지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홀연히 깨달을 때가 있는데, 그럴 때에 아버지의 당혹감은 엄청났습니다. 늙음을 둘러싼 문제는 당연히 신체나 지력 쇠퇴만의 일이 아닙니다. 직책이 인간의 가치처럼 여겨지는 사회에서는, 정년을 맞아 직장을 떠나면서 실의의 나날을 보내게 될 사람이 많습니다. 선생님으로 불리던 사람이 교사직을 떠나면서 선생님 소리를 듣기 어렵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공동체에 속함으로써 안정감을 찾게 되는데, 소속될 장소나 단체가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로 인한 불안은 대부분 공통적입니다. 이 고통에서 벗어나는 것이 관건입니다.(임순형)

그렇습니다. 저는 요즘 "왜, 70이 넘으면 일손을 놔야 하는지?" 그 이유를 점점 더 깊이 깨닫고 있습니다. 제가 아는 김형석 교수님께서는 100세가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술활동을 계속하고 계십니다. 아무튼, 저도 저의 수고나 노력이 타인에게 도움을 주지는 못할망정 심리적인 부담이나 피해를 주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하는데, 그 사실조차 깨닫지 못할까 봐 염려가 됩니다. 그래서 저는, 저의 존재 자체가 가족이나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 부담이 되는 일이 없었으면 하고, 이것저것 챙겨 먹으면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많은 기도와 응원을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