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나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께는 참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습니다. 며느리와 함께 살면서 서로 존중하고 조곤조곤 이야기도 잘 나누십니다. 필요할 때면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받기도 합니다. 어머니는 이런 말씀도 하십니다. “너는 많이 배워서 똑똑하지만, 나는 세상을 오래 살아 경험이 많지 않으냐?”라고. 그러나 고부간 오순도순 의논해서 정한 규칙에, 누이가 개입하면 순식간에 일이 틀어져 버립니다. 누이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곧이듣습니다. 최근 땡볕에서 둘레 길을 한 바퀴 돌고 오신 어머니가 쓰러지셨습니다. 며칠간 식음을 전폐하고 자리보전을 하시기에
하직 준비를 해야 하나? 긴장하다가 링거를 한 병 놓아드렸더니, 이내 깨어나셨습니다. 반색한 아내가 이것저것 먹거리를 장만해서 반강제로 입에 넣어드리니까, 마치 쓴 약을 먹는 것처럼 끔찍해하시는 표정이지만 곧잘 드셨습니다. 그때까지 누이들에게 감추고 있다가 회복하는 기미가 보이기에 전화했더니, 득달같이 집으로 달려왔습니다. 한바탕 소란을 마친 누이들이 돌아간 후, 어머니는 다른 음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흰 죽만 찾으셨습니다. 아내가 영양이 있는 음식을 드셔야 한다고 아무리 설명해도 소용없었습니다. 누이들이 흰 죽을 드시라고 했다는 겁니다.
요즘 여느 모임에라도 나가보면, 손주를 키우는 회원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대부분 스마트폰 바탕화면에 사진을 넣어 다니면서 손주 자랑을 일삼곤 합니다. 우리 나이가 그럴 즈음인가 봅니다. 육아 때문에 모임에 빠질 수밖에 없으니까 이해해 달라고들 합니다. 개중에는 아기한테 코로나를 옮기면 어떡할 거냐고 닦달하는 아내가 외출금지령을 내렸다는 이도 있습니다. 우리 부부가 어머니로부터 놓여날 때쯤 되면, 그때부터 손주를 돌봐야 하는 새로운 임무가 주어지겠지요. 이렇게 나이만 먹어갑니다. 제 인생이 과연 저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강지현)
그렇습니다. 우리 인간의 머릿속에는 편견과 차별의식이 잠재적으로 숨어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상대를 평소에는 따뜻이 대하다가도, 또 다른 상대가 나타나면, 그 자신도 모르게 그 두 사람을 서로 비교하거나 차별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자기 자신은 아무 차별 없이 평등하게 대한다고 하지만, 상대방은 아주 미세한 차별 대우인데도 예민하게 받아들이게 마련입니다. 나이가 들수록 편견과 차별의식을 제어할 능력을 점점 잃어버릴 가능성이 많습니다. 나이가 드신 분들은 이런 사실을 잊지 않도록 조심해야 할 겁니다. 편견과 차별은 치매처럼 위험한 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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