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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열정 앞에서는..

예림의집 2022. 10. 25. 10:00

아이들의 열정 앞에서는..

아이를 낳기 전의 인생은 전생(前生)이라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땐, 그저 웃어넘겼습니다. 그런데 두 아이의 엄마가 되고 2년 남짓 흐른 지금은, 벌써 출산 전의 기억이 아득합니다. 그때(출산 전)의 저는 여름을 사랑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저에게는 선택권이 있었습니다. 한낮의 더위를 피해서 저녁 산책을 할 수 있었고, 폭염특보가 내린 날에는 선풍기 앞에 앉아서 얼음이 달그락거리는 냉차를 마실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두 돌 아이들의 엄마가 된 저에게 더 이상 ‘그런 선택의 여유’는 없습니다. 현관에서 아이들에게 신발만 신겼을 뿐인데,

목덜미에는 벌써 땀이 송골송골 맺혔습니다. 놀이터에 도착해서 유모차 안전벨트를 풀자마자, 녀석들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냅다 달려갔습니다. 아직은 짧은 다리로 어설프게 달리는 게 다행스럽습니다. 한 녀석을 허리춤에 끼고, 한 녀석은 비눗방울로 유인해서, 가까스로 저의 시야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했습니다. 아이들은, 그네를 30분, 미끄럼틀을 열두 번 타고 나서야,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저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었으나, 이제 다시 시작입니다. 한낮의 태양도 아이들의 열정 앞에서는 시시하기 짝이 없습니다. 그러니, 녀석들은 지난날의 게으른

저를 벌주기 위해서 제 앞에 나타난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한 차례 불태운 녀석들과 나무 그늘에 앉아 얼음물을 나누어 마시니, 조금은 살 것 같았습니다. 그늘에 앉아 바람을 만끽하는 것도 충분히 좋은데, 그새 충전이 끝난 녀석들은 또다시 비장한 표정으로 길을 나섭니다. 무거운 몸을 일으키며, 훗날 어느 여름날에 아이들의 만행을 무용담처럼 떠들 제 모습을 상상해보았습니다. 기대감인지 쓸쓸함인지 모를 것이 얼굴에 슬쩍 번졌습니다. 이렇게 고단한데도, 아침저녁 선득한 바람이 불면 괜스레 쓸쓸해질 듯한, "청개구리 같은 마음"이 문득 스칩니다.(이보람)

자녀가 없는 저와 제 아내는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입니다만, 공감이 갈 수 있게 글을 잘 쓰신 것 같습니다. 아무튼, 한 아이가 커서 어른이 되기까지, 그 부모가 기울여야 하는 수고와 땀은 이만저만이 아니라고 합니다. 하지만, 그 수고와 땀을 아끼지 않아야 그 보람과 기쁨도 누릴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땅의 부모님들을 응원합니다. "나도 내 아버지에게 아들이었으며 내 어머니 보기에 유약한 외아들이었노라 아버지가 내게 가르쳐 이르기를 내 말을 네 마음에 두라 내 명령을 지키라 그리하면 살리라" 우리가 마음에 새겨야 할 잠언 4장 3, 4절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