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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봐도 참 어색하네..

예림의집 2022. 10. 20. 12:01

내가 봐도 참 어색하네..

양쪽으로 진초록의 벼들이 자라고 있는 길을 따라서, 시아버지께서 걸어가고 계셨습니다. 그리 넓은 길이 아닌데도 고속도로처럼 넓어 보이는 것은, 그만큼 시아버지의 몸이 작아진 탓일 겁니다. 또한, 두 분이 나란히 함께 걸으시던 그 길을 당신 혼자 걷고 계신 게 더 마음이 아려왔습니다. 저는 걸음을 빨리 해서 시아버지를 따라잡았습니다. 시아버지는 제 발소리를 들으셨을 텐데도 뒤를 돌아보지 않으셨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제가 ‘당신이 읽으라던 편지를 읽었으리라’ 짐작하셨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이 감당해야 하는 슬픔을 저에게 떠넘기지 않으려는

배려가 감사했습니다. 저는 시아버지와 나란히 걷다가 슬그머니 팔을 뻗어서 시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당신에게 시어머니가 비워놓은 자리를 다 채울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위로해드리고 싶은 마음에서였습니다. 예상했던 대로, 시아버지는 흠칫 놀라시는 눈치였습니다. 얼마나 걸었을까, 인기척이 나기에 뒤를 돌아보니, 뒤따라온 남편이 휴대전화로 우리의 뒷모습을 찍고 있었습니다. 해 저무는 들녘에서 시아버지와 며느리가 나란히 손을 잡고 걸어가는 모습이 특별하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내 사진은 뭐하려고 찍는 거냐?” 시아버지는 이렇게

말씀하시면서 기회를 잡은 듯 제 손에서 슬쩍 손을 빼시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더 힘을 주어 시아버지의 손을 꼭 잡았습니다. 비록 시어머니께는 편지 속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지만, 당신께는 꼭 약속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시어머니께 쓴 편지는, 곧 시아버지께 쓴 편지나 마찬가지이기에 말입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승용차 안에서, 저는 남편의 휴대전화를 열어 들녘에서 찍은 사진을 확인했습니다. 사진으로 증명된 모습은 아직도 멀고 먼 거리였습니다. "내가 봐도 참 어색하네. 앞으로 점점 더 가까워질 거야!" 저는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습니다.(이여주)

그렇습니다. 글쓴이의 글솜씨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내를 잃고 외로워하시는 시아버지 모습을 참 잘 그려냈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 시아버지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고자 힘쓰는 글쓴이의 마음도 참 아름답습니다. 동반자, 사전에서는 "어떤 행동을 할 때, 함께 짝이 되는 사람"이라고 풀이하고 있습니다. 배우자는 인생 여정에서 함께 하는 동반자임에 틀림이 없습니다. 얼마 전 어머님을 여인 한 지인 목사님은 이렇게 말합니다. "여자는 남자가 죽어도 끄떡없이 잘 살지만, 남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적잖은 것 같아요. 저의 아버지가 그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