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움
"주는 내게서 사랑하는 자와 친구를 멀리 떠나게 하시며 내가 아는 자를 흑암에 두셨나이다"(시편 88:18).
아프리카에는 "잠 못 이루시는 하나님"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아기 예수의 탄생을 기념하는 크리스마스는 고통이 아닌 기쁨의 날입니다. 그렇기에 말라위의 릴롱웨에 위치한 아프리칸 성서대학에서 일어난 비극은 우리에게 더 깊은 상처를 남겼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 축제의 밤, 53명의 ABC 크리스천 초등학교 어린이들이 손에 촛불을 하나씩 들고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을 부르며 채플 문 안으로 줄지어 입장하고 있었습니다. 맨 앞줄의 어린이가 무대 위로 채 올라가기도 전에 갑자기 뒤쪽에 날카로운 비명소리가 들렸습니다.
소리가 난 곳을 돌아보니 양으로 분장한 어린이들이 불길에 휩싸여 있는 것이 아닙니까! 형과 나는 몸에 불이 붙은 채 우리 앞으로 뛰어가는 작은 여자아이를 붙잡아 손과 몸으로 서둘러 불길을 눌러 껐습니다. 간신히 불을 끄고 고개를 들자 다말리즈라는 아이가 완전히 불에 휩싸인 것이 보였습니다. 그 아이가 입은 양 모양의 의상이 마치 터진 화염병처럼 타오르고 있었고, 사람들은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물러나 보고만 있었습니다. 의상에 솜을 붙이기 위해 쓴 접착제가 화근이었습니다. 말라위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접착제는 쉽게 불이 붙은 화염성 접착제였던 것입니다.
아이들이 강당 뒤쪽에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몇몇이 서로 부딪히면서 손에 든 촛불이 의상에 옮겨 붙었고, 접착제 때문에 의상이 마치 기름에 젖은 듯 활활 타오른 것이었습니다. 나는 다말리즈를 붙잡아 땅에 눕히고는 맨손으로 불길을 눌러 껐습니다. 그러나 전혀 뜨겁거나 고통스럽지 않았습니다. 곧 다른 사람들도 합세하여 맨손으로 불을 껐습니다. 우리 모두 다 손, 팔, 목에 3도 하상을 입었고, 몇 시간이 지나자 격렬한 고통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느끼는 고통은 11살 된 다말리즈의 고통과는 비교도 되지 않았습니다.
이이의 다리와 팔, 몸통, 얼굴의 피부는 다 벗겨져 여기저기 덩어리로 뭉쳐 있었습니다. 아이의 아버지와 함게 다말리즈를 차에 실을 때 들었던 고통에 찬 울부짖음이 아지고 귓가를 맴돕니다. "나 죽어요! 곧 죽을 거예요!" "다말리즈, 넌 죽지 않을 거야." 아이를 진정시키기 위해 한 나의 말은 그저 공허한 울림과 같았습니다. 그날 밤에 5명의 아이가 화상을 입었고, 나흘 뒤 다말리즈는 우리 곁을 떠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