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고든/기도훈련

잊지 말고 기억하라

예림의집 2021. 7. 15. 20:59

잊지 말고 기억하라

 

앞에서 보았듯이 다윗이 안개 낀 습지대를 벗어나 높은 언덕에 오르도록 그를 이끌어 준 것은 바로 기억의 힘이었습니다. 그는 과거에 하나님이 깊은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을 건져내주셨던 일들을 기억해 내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때로 우리는 이전에 받은 은혜를 쉽게 잊어버리곤 합니다. 신명기의 모세가 모압 평야에서 이스라엘 백성에게 설교할 때 "너는... 잊지 말고"라는 표현을 거듭 강조한 이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다윗이 슨 다른 시편의 "내 영혼아, 여호와를 송축하며 그의 모든 은택을 잊지 말지어다"(시편 103:2)라는 구절에서도 귀한 권면이 담겨 있습니다. 그분이 베푸신 은혜를 잊을 때, 우리는 음울한 안갯속에 갇히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1차 대전이 터지기 전까지 워털루 전투는 인류 역사상 가장 치열한 싸움으로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 이 지구상의 어떤 들판도 그 싸움터만큼 대포알과 총탄 자국이 깊이 새겨지고 군인들이 흘린 피로 흥건히 젖은 곳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와 마찬가지로, 이 지구상의 어떤 들판도 이 워털루의 초원만큼 봄마다 수많은 물망초 꽃이 활짝 피어나는 곳은 없습니다. 이 꽃들의 아름다운 푸른빛은 보는 이들의 눈을 매혹시킵니다. 서양에서 물망초는 우정을 상징합니다. 유럽의 거의 모든 나라말에서 이 꽃의 이름은 "나를 잊지 마세요"라는 뜻의 기억을 상징하는 꽃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해마다 워털루 들판에 물망초 꽃들이 피는 것은 마치 그곳에서 인류를 위해 싸우다 쓰러져 간 수많은 군인들이 "우리의 희생을 잊지 마세요." 하고 당부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해마다 봄이 되면, 그들의 호소가 땅속에서 전해져 오는 것입니다.

이를 생각하면서,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간곡히 부탁하시는 분의 음성이 있음을 기억하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우리를 위해 기꺼이 피를 흘리신 주님의 호소입니다. 십자가에 달리기 전날 밤, 주님은 제자들과 마지막 식사를 하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념하라"(누가복음 22:19). 이것은 주님의 죽으심을 기념하는 첫 번째 식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음성은 주님이 달리셨던 갈보리 언덕의 십자가와 사흘간 묻히셨던 무덤, 하늘로 오를 때 타신 구름에서도 울려 퍼졌으며, 그분이 지금 앉아 계신 하늘 보좌에서도 많게 울려 퍼지는 것입니다. "너희가 이를 행하여 나를 기억하라!" 우리는 그 말씀을 기억하면서 주님이 달리셨던 갈보리 언덕의 십자가를 기억하게 되며, 눈을 들어 그분이 지금 앉아계신 하늘 보좌를 바라보게 됩니다. 그리고 그분이 거두신 승리가 이 세상에 온전히 임할 날을 소망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오늘 우리 마음의 정원에 기억의 꽃들을 심읍시다! 우리는 그 환한 푸른빛을 보면서 힘을 얻어, 어둠이 물러가고 새벽이 밝아오기까지 끈기 있게 버티게 될 것입니다. 기억의 소중함을 이야기할 때, 나는 여러 해 전 오하이오 주의 한 교회에서 겪었던 일을 종종 예로 들곤 합니다. 내가 인도한 예배가 끝나자, 한 여성이 갑자기 다가와 이렇게 물었습니다. "하나님은 기도에 응답해 주시나요?" 그녀의 얼굴에는 고통의 빛이 서려 있었으며, 이를 통해 그 질문이 얼마나 진지한 것인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그저 "그럼요!"라고 대답할 수가 없었습니다. 나를 애타게 바라보는 그녀의 시선을 만족시키기에는 그 답이 너무 빈약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대신에 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기 잠시 앉으시지요. 혹시 이전에 하나님이 기도에 응답해 주신 일이 한 번이라도 있지 않으신가요?" 그러자 그 여성의 눈에 놀람의 빛이 순간 스쳐갔습니다. 그러고는 다소 부드러워진 어조로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 맞아요. 제가 잊고 있었네요." 이에 내가 어떤 일로 그 응답을 받았는지 묻자, 그녀는 잊고 있었던 그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해 전, 그녀의 딸이 어린아이였을 때 심하게 아팠던 일이 있었습니다. 딸을 진찰한 의사는 수술을 해야 할 것 같다고 했지만, 이에 대해 그녀는 어머니로서 본능적인 저항감을 느꼈습니다. 당시에는 외과 수술이 지금처럼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의사에게 조금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봐도 되겠는지 물었고, 의사는 수술을 조금 늦춰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침대 곁에 무릎을 꿇은 그녀는 하나님이 자신의 어린 딸을 도와주시기를 간절히 부르짖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되었을 때, 의사가 와서 다시 소녀를 진찰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때 의사의 신중한 표정에는 놀람의 빛이 스쳐갔습니다. 이윽고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해할 수가 없네요. 따님의 몸 상태가 전혀 달라졌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모르겠군요. 하지만 걱정은 없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잘 회복될 겁니다." 그리고 그 어린 딸은 실제로 건강을 되찾았던 것입니다. 그녀는 내 질문을 받고는 그 감사했던 기억을 떠올렸고, 이를 통해 처음에 던졌던 자신의 물음에 대한 답을 얻었습니다. 이처럼 우리도 어려움에 처할 때 다윗처럼 "나는... 기억 하리이다!"라고 고백하도록 합시다. 그러면 우리 앞에 놓인 두터운 안개가 걷히게 될 것입니다.

영국의 브리스톨에서 고아들을 돌본 하나님의 사람 조지 뮬러는 언젠가 자신이 안갯속을 여행했던 경험을 들려준 일이 있습니다. 당시 그는 배를 타고 캐나다 동부의 연안을 지나 내륙 지역에 다가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뉴펀들랜드 지방의 강기슭에 낀 안개 때문에 그 배의 속도가 무척 느려졌습니다. 그래서 뮬러는 몬트리올의 강연 일정에 늦게 될 상황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이 일을 염려한 뮬러는 선장을 찾아가 자신의 일정을 밝히고, 그 배가 제때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겠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선장은 그 배가 제때 항구에 닿기는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뮬러는 차분히 자신은 그 안개가 걷히기를 기도해 왔고, 또 그렇게 될 것을 믿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그 기도의 효력을 전혀 믿지 않는 선장은 이렇게 소리쳤습니다.

"선생님, 지금 안개가 얼마나 두텁게 꼈는지 아십니까?" 그러자 뮬러가 차분한 어조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선장님은 우리가 믿는 하나님이 얼마나 위대한 분인지 아시나요?" 그때 안개가 정말로 걷혔습니다. 배는 제때 항구에 닿았고, 뮬러는 무사히 시간을 지켰던 것입니다. 이처럼 기도에는 영적인 안개와 자연적인 안개를 모두 걷히게 만드는 능력이 있습니다. 하나님을 온전히 믿고 따를 때 성령님 안에서 평온하게 기도할 수 있으며, 하나님이 과거에 도우셨던 일을 기억할 때 믿음으로 되살아납니다. 그러니 우리와 함께 하시는 위대하신 하나님을 늘 잊지 않도록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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