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구약신학

시냇가에 심은 나무

예림의집 2021. 6. 7. 13:41

시냇가에 심은 나무

 

시편 1편에서 복 있는 사람은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며, 그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와 같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냇가가 아니더라도 들판 어디서나 과실수가 열매 맺는 데 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의 땅 이스라엘은 다릅니다. 건기인 여름에는 비가 내리지 않습니다. 아니, 아예 구름 한 점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우기인 겨울이 지나자마자 풀은 마르고 꽃은 시듭니다. 다만 산지 서쪽에 심긴 뿌리 깊은 나무는 땅 깊은 곳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또 저녁마다 서쪽 해안에서 불어오는 습도 높은 바람 때문에 생기는 이슬로부터 수분을 공급받아 근근이 생명을 유지합니다.

그러나 나무가 시냇가에 심기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수분을 넉넉히 공급받는 나무는 충분한 일조량으로 최고 당도의 열매를 맺습니다. 이스라엘에서 1년 내내 물이 흐르는 강은 요단강뿐입니다. 다른 시내는 여름에 샘 근처에 물이 흐르는 시내를 만들다가 수십 혹은 수백 미터 지나면 물이 바닥으로 스며들어 건천이 됩니다. 이를 히브리어로 "나할", 아랍어로 "와디"라 부릅니다. 고대부터 사람들은 샘물이 땅에 스며들지 못하도록 수로를 만들어 일정한 장소에 물을 모아 두고 사용했습니다. 1편에 언급된 "시냇가(히, 펠레그)는 수로(水路, channel)를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주변에 무성한 나무들이 자랄 수 있었습니다. 시냇가에 심은 나무를 실제로 볼 수 있는 곳은 예루살렘에서 여리고로 내려가는 길에 있는 와디 킬트의 "엔 파랏(En Parat, 파랏 샘)입니다. 엔 파랏은 예루살렘에서 10km, 예레미야의 고향 아나돗에서 4.2km 떨어져 있기에 걸어서 한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곳으로 내려가는 길부터 예사롭지 않습니다. 사방이 메마른 광야요 가파른 경사여서 사람들을 긴장시킵니다. 그러나 유브라데 샘(예레미야 13:4)으로 추정되는 엣 파랏에 도착하면 광야의 오아시스가 이룬 아름다운 낙원의 모형을 만납니다.

수천 년 전부터 흘러나오는 물 옆에는 수도원이 있고, 물을 모아 놓은 장소에 고대 건물의 흔적이 있습니다. 예수님도 어린 시절부터 공생에 사역에 이르기까지, 갈릴리에서 여리고를 거쳐 예루살렘으로 가시는 여정에서 이 샘을 여러 번 지나셨을 것입니다(누가복음 2:41-45; 10:30-36 등). 엔 파랏을 통해 "시냇가에 심은 나무의 복"을 봅니다. 마치 시냇가에 심은 나무처럼 어떤 가뭄에도 잎사귀가 마르지 않고 철을 따라 열매 맺는 형통한 사람, 그는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해 주야로 묵상하는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