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구약신학

모세가 자신의 죽음을 기록했나?

예림의집 2020. 6. 15. 08:53

모세가 자신의 죽음을 기록했나?

 

'모세 오경'이라는 용어에 익숙한 그리스도인들은 신명기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의구심을 갖게 됩니다. 모세의 죽음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이스라엘 백성이 30일을 애곡했다는 말까지 나옵니다. 모세 오경이라는 용어에 기계적으로 매달리는 이들은 모세가 자신의 죽음에 대한 예고로 이를 기록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오늘까지 그의 묻힌 곳을 아는 자가 없느니라"(34:6), "그 후에는 이스라엘에 모세와 같은 선지자가 일어나지 못하였나니"(34:10)라는 기록은 그런 추측을 무색하게 합니다. 민수기 12장 3절에 대해서도 비슷한 의문이 제기됩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하더라."라는 말은 모세가 스스로 썼다고 보기는 아무래도 어색합니다.

이 대목에서 '모세 저작설'의 의미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오늘날에도 유명 저자의 글을 싣고 주해, 해설, 각주 등을 보충해 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영성 신학자 헨리 나우웬의 여러 글을 편집자가 의도한 주제에 따라 모으고, 거기에 주해를 첨부해 책을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 책의 저자는 여전히 헨리 나우웬입니다. 이는 현대의 출판 관행에 속합니다. 고대 문서의 저자 문제도 당시 문서의 생산, 유통, 수용 과정을 고려해야 합니다.

신명기 저자가 모세라는 말은 신명기 전체를 모세가 직접 손으로 기록했다는 말과 다를 수 있습니다. 요한복음은 결론 부분에 "이 일들을 증언하고 이 일들을 기록한 제자가 이 사람이라 우리는 그이 증언이 참된 줄 아노라"(요한복음 21:24)라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이 부분은 요한의 제자 중 누군가가 기록했을 것입니다.

신명기의 경우 34장뿐 아니라 그 앞에 나오는 모세의 유언과 연설 등을 모세가 손으로 직접 썼을 수도 있고, 그의 연설을 들은 백성 중에 누군가가 기록했을 수도 있습니다. 누구를 저자라 해야 할까요? 한 목회자의 설교를 녹음한 것을 실무자가 녹취하고 정리해서 출판할 때 누구도 그 실무자를 저자라 말하지 않습니다.

모세 저작물의 경우 여호수아가 그 기록자로 지목되어 왔습니다. "여호수아가 이 모든 말씀을 하나님이 율법책에 기록하고"(여호수아 24:26)라는 말씀은 모세 오경의 일부와 관련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유력합니다. 중요한 것은 모세가 손수 썼는지 여부가 아니라 쓴 사람이 얼마나 신실하게 그 내용을 담아냈는가 하는 점입니다. 성령은 저자에게 영감을 주셨을 뿐 아니라 기록되고 전승되는 과정 가운데 또한 역사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