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우리 집은 농사를 지었는데, 형편이 좀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농한기에도 건설 현장에서 막일을 하곤 했습니다. 자식들에게 늘 자상했고, 동네 대소사마다 나서서 도왔습니다. 그 덕에 동네 인심을 많이 얻었습니다. 어머니가 첫딸인 언니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일어난 일이라고 합니다. 당시 아버지는 빚을 내서 소 한 마리를 샀습니다. 그런데, 몇 달 만에 도둑맞고 말았습니다. 소를 귀하게 키운 가족들의 속상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온 마을 어른들이 야산으로 도둑과 소를 찾아 나섰습니다.
며칠 후, 도둑이 잡혔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찰의 현장검증이 이루어졌습니다. 도둑은 고기와 가죽을 팔려고 했다는 겁니다. 이미 소를 잡은 뒤라서 보상받을 길이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분개해서 도둑을 향하여 소리치자, 도둑은 오히려 악에 받쳐 사람들을 노려봤습니다. 그때 아버지가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도둑의 입에 물려주고는 어깨를 토닥였습니다. 그제야 도둑은 고개를 떨구고는 ‘잘못했다.’면서 서럽게 울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를 들을 적마다 장발장을 용서한 미리엘 신부를 떠올리며 아버지를 존경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날, 저는 아버지께 그 일에 대하여 물어봤습니다. “어떻게 그런 상황에서 용서할 수 있었느냐?”라고. 아버지께서 말씀했습니다. “혹시라도 도둑이 나쁜 마음먹고 자식들한테 해코지할까 봐 무서워서 그랬다.” 그때, 저는 알았습니다. ‘아버지한테는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이 먼저였다’는 사실을.. (정수정)
그렇습니다. 자식이 그 부모에 대하여 존경하는 마음을 갖고 있다면, 그보다 더 큰 축복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자식을 자랑스럽게 여기는 부모는 적지 않으나, 부모를 존경하는 자식은 흔치 않습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글쓴이는 축복받은 사람입니다. 우리는 자식한테서 존경은 받지 못하더라도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하여 더욱 힘써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ε♡з예림의집으로ε♡з > 행복한 가정'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귀가 아닌 마음으로.. (0) | 2021.04.29 |
---|---|
부모가 자식에게 줄 수 있는 소중한 선물 (0) | 2021.04.21 |
세상에서 제일 좋은 "아빠의 품" (0) | 2021.04.16 |
‘어떤 사람이었으면’하고 바라기 전에.. (0) | 2021.03.24 |
엄마의 문자 (0) | 2021.03.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