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정욕, 그 강렬한 흡인력

예림의집 2020. 5. 22. 22:04

정욕, 그 강렬한 흡인력

 

구약 성경에서 정욕을 뜻하는 히브리어 '아갑'은 '숨' 혹은 '자연의 기운'이라는 어원에서 나왔습니다(에스겔 23:7,9; 예레미야 4:30). 또한 신약 성경에는 '에피투미아'라는 단어가 있는데 이 단어 역시 공기와 물 등의 파괴적인 흐름, 강한 생체적인 힘, 충동, 욕망을 뜻하는 어원을 가지며, 정욕의 의미로도 쓰였습니다(마태복음 5:28; 로마서 1:24). 즉 정욕은 아주 강한 욕망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아퀴나스는 정욕은 흡인력이 무척 강한 욕망이기 때문에 어떤 죄보다도 물리치기가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구약 성경에 나오는 보디발의 아내와 요셉 이야기, 그리고 암논과 다말 이야기는 엄청난 기운과 충동을 가진 정욕의 이와 같은 성격을 잘 보여 줍니다. 보디발의 아내는 준수하게 생긴 요셉에 대한 정욕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집요하게 요셉에게 잠자리를 함께하자고 유혹했습니다. 다윗의 아들 암논은 빼어난 용모를 지닌 이복 누이 다말을 연모한 나머지 그녀를 차지하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습니다. 그는 병으로 앓어누운 체까지 하며 아비 다윗 왕의 도움을 받아 누이 다말의 병문안을 유도해 냈고 마침내 병문안을 온 누이를 욕보였습니다.

단테 <신곡>에는 시동생과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고 부적절한 관계에 빠져 남편으로부터 살해당해 지옥에 떨어진 여인 프란체스카가 등장합니다. 이 여인은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로 강렬한 회오리바람이 휘몰아치는 권역에서 지내는 벌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시동생이 자신을 연모하여 불같은 욕망을 나타낼 때, 이를 거부하지 못하고 그에 대한 애틋함과 연민으로 포장된 정욕에 자신을 내맡겼습니다. 그녀는 닥쳐올 고통을 어느 정도 예상했음에도 그 욕망의 흡입력에 빨려 들어갔습니다.

지옥에서 부는 회오리바람은 정욕의 강력한 흡인력을 상징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 사랑의 순간이 얼마나 애틋하고 달콤했던지, 지옥에서도 그 순간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곤 했습니다. 이처럼 정욕에 사로잡히면 이성의 제재를 거부하게 되며, 심지어 어떤 결과가 드러날지 예상하면서도 무모하게 정욕에 자신을 내맡기게 됩니다. 이처럼 정욕은 웬만해서는 제어하기 힘든 강렬한 힘으로 인간을 덮쳐 오지만, 그럼에도 의지가 분명히 개입된다는 점에서 결코 핑계를 댈 수 없는 심각한 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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