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정욕은 잔인한 죄

예림의집 2020. 5. 8. 21:29

정욕은 잔인한 죄


에바그리우스가 정욕을 "잔인한 죄"라 칭했던 것도 그것이 자신의 만족을 위해 상대의 육체와 정서를 이용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정욕은 상대방을 목적이 아니라 수단으로, 인격적 대상인 '너(du)'가 아니라 비인격적 '그것(es)'으로 대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의도하신 성욕과 성적 연합은 수치심을 주거나 비난하고 폭력을 가하는 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기에, 정욕은 하나님이 설계하시고 허락하신 성욕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서는 한 몸 됨의 일치감에서 오는 안정감이나 평온한 희열을 맛보기가 어렵습니다. 이와 같은 성의 본질적 성격 때문에, 타락 이후 성을 통해 느끼는 쾌락이 타락 이전보다 훨씬 줄어들었다는 신학자들의 주장은 설득력이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에게 자신을 온전히 내어 줌으로써 온전한 연합을 이루었던 타락 이전과 달리, 자신을 내어 주지 않고 성을 통해 상대를 지배하거나 어떤 목적을 이루려고 한다면 타락 이전에 누렸던 그 환희와 쾌락은 결코 맛볼 수 없을 것입니다.

이와 관련해서 핸리 페어리는, 진정한 사랑과 육체적 정욕의 차이를 솜씨 잇게 대조하며 그 차이점을 잘 설명해 줍니다. 한마디로 사랑과 정욕은 모두 상대를 원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지만, 정욕에는 동반자 의식이 철저히 결여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즉 사랑이 상대에게 관심이 있다면, 정욕은 짜릿한 욕구 충족에 더 관심이 있습니다. 사랑은 상대와의 언약에 신실하고자 하는 반면, 정욕은 삶을 나누고 돌보아 주려는 마음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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