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구약신학

모세가 가나안에 못 들어간 이유

예림의집 2020. 4. 12. 16:21

모세가 가나안에 못 들어간 이유


신명기 3장에서 모세는 요단을 건너 가나안 땅에 들어가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간구한 일을 술회합니다. 그리고 "여호와께서 너희 때문에 내게 진노하사 내 말을 듣지 아니하시고"(3:26)라 전합니다. 민수기 20장에서는 백성이 가데스에서 물이 없다고 불평하자 모세가 "너희를 위하여 이 반석에서 물을 내랴"(민수기 20:10) 하며 반석을 두 번 쳤을 때, 하나님이 그에게 "이스라엘 자손의 목적에서 내 거룩함을 나타내지 아니한 고로"(민수기 20:12)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인도할 수 없으리라 하십니다.

이를 종합하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은 모세의 잘못이 있었지만 그것은 백성의 불순종이라는 큰 죄의 일부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민수기는 모세의 실수에, 신명기는 백성의 죄에 초점을 맞춥니다. 하나님이 모세의 행동을 벌하신 것은 분명하지만 몇 가지 고려할 사항이 있습니다. 신명기 3장은 모세의 지도를 따랐을 때 이스라엘이 연전연승했던 과거를 언급합니다.

이 맥락에서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가고 싶어 했던 이유에는 개인적 욕망도 있었겠지만, 후손들을 위한 사명감도 작용했을 것입니다. 모세는 "내가 그들을 낳았나이까"(민수기 11:12)라고 항변할 정도로 백성의 패역함에 질린 바 있습니다. 이런 모세에게 사역이 연장된다는 것은 고생의 연장일 수 있습니다. 

백성을 이끌고 약속의 땅에 들어가지 못하는 모세의 안타까움과 대조적으로 백성에게는 갈망도, 약속의 땅에 들어감에 대한 감사도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복과 특권을 가벼이 여기는 백성의 모습과 더불어 미래의 가나안 정착 세대를 향한 모세의 염려가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죽음은 앞둔 모세가 하나님께 소원을 아뢰는 모습과 거절의 배경을 진솔하게 백성 앞에서 밝히는 것 또한 인상적입니다. 모세의 소원이 그 아름다운 땅을 '보게'(3:25) 해 달라는 것이었는데, 하나님은 모세에게 비스가산에 올라가서 "네 눈으로 그 땅을 바라보라"(3:27)라고 하십니다. 하나님이 모세의 청을 전적으로 거절하진 않으신 것 같습니다.

모세의 소원은 가나안 땅까지 이스라엘을 이끌고 들어가는 것이지만, 하나님은 "여기까지!"라고 말씀하십니다. 거절에도 불구하고 하나님과 모세의 신뢰 관계는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유한한 인간은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의 소망을 하나님께 아뢸 수 있습니다. 어디까지 허락하실지는 하나님께 달린 일입니다.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해야 "여기까지!"라고 말씀하실 때도 감사함으로 자신의 한계를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