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구제

예림의집 2020. 4. 4. 14:42

구제


그레고리우스는 탐식을 극복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훈련은 다름 아닌 사랑의 실천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음식을 금하는 것보다 가난한 사람에게 음식을 나누는 연습을 하는 것이 몸의 욕망을 다스리는 훨씬 효과적인 훈련 방법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기 입에 들어가는 것이 실은 가난한 자들의 입에 들어가야 했던 것이라는 의식을 가져야 하고, 그렇게 할 때 비로소 나누는 일을 더 중요하게 생각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탐식 그 자체에 집중하지 않고 외부로 눈을 돌려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입니다. 실제로 수도사들은 구제하고 선행을 실천하는 일을 경건한 삶의 일부분으로 삼았는데, 몸이 필요로 하는 최소한의 양만 먹고 남은 음식은 먹지 못하는 빈곤한 이웃들에게 나눠 주었습니다. 우리는 금식 역시 이와 같은 구제의 창원에서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금식은 자기 식욕을 절제하여 스스로를 통제하는 힘을 키우는 훈련이면서, 또 한편으로는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을 돕기 위한 실천이기도 합니다. 그레고리우스 이전의 카시아누스도 수도사들에게 음식을 조금씩 줄여 굶주린 사람들에게 나눠 줄 것을 가르쳤는데, 그는 금식 자체보다 그것이 선행의 방편이 될 때 하나님이 기뻐하신다고 말했습니다.

아우구스티누스 역시 금식을 구제와 연결시켜 가르쳤습니다. 자기 먹을 것을 줄여 그것으로 가난한 사람을 섬기는 행위는, 하늘에 보물을 쌓는 일이요 굶주린 그리스도를 대접하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그레고리우스는 신자가 금식을 하고 배를 비운 만큼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지 않는다면, 결국 자신을 위해 금식한 것이지 하나님을 향해 금식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결국 식탐에서 자유로운 무정념은 타인에게 베푸는 사랑으로 귀결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자들은 배가 고프지 않은데도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먹을 것을 입에 갖다 넣는 순간, '자기 쾌감을 위해 입에 넣으려는 그 음식이 굶주린 아이들의 입에 들어가야 할 양식'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자기를 위한 음식을 조금 절제하여 굶주리고 가난한 자들과 나누고 복지 기관에 기부하는 일을 일상화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은 가난한 이웃이나 나라에 사랑을 베푸는 일이기도 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살리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