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척후원 사역†/단단한 기독교

회개가 삶이라고?

예림의집 2020. 3. 4. 18:00

회개가 삶이라고?


대학생 시절 저는 대체로 학교에서 시키는 공부는 끈질기게 뒤로 미루고 하고 싶은 일만 했던 탓에 성적이 좋지는 않았습니다. 언어를 전공하는 1학년이 마땅히 관심을 기울여야 할 언어의 기초에는 무관심하고 세계사, 그것도 유럽 역사 쪽의 책만 열심히 읽었더랬지요. 유럽의 역사를 다룬 어느 책이든 중세를 지나 16세기로 넘어가면 종교개혁이 등장하는데, 거기에는 항상 마르틴 루터와 그 유명한 '95개조 논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당시 가톨릭교회의 면벌부(indulgentia) 판매에 분노한 마르틴 루터가 종교개혁을 일으키기 위해 비텐베르크 성 앞에 만인성자교회의 문에 반박문을 내걸었고, 그로 인해 유럽의 종교개혁이 일어났다는 이야기 말이지요. 사실 루터는 종교개혁을 일으키기 위해 '95개조 논제'를 건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돈으로 하나님의 심판을 면할 수 있다는 거짓된 신학을 반박하려 했을 뿐이지요.

반박문의 제목도 '95개조 논제'가 아닌 '면벌 선언의 효력에 관한 논쟁'(Disputatio pro declaratione virutis indulgentiarum)이었습니다. 게다가 실제로 그림처럼 교회 대문에 반박문을 '못 박는' 일도 있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정작 루터 본인은 그렇게 했다고 말한 적이 한 번도 없으니까요. 어쨌든 루터가 로마 가톨릭의 면벌부 발행에 저항해 반박문을 발표한 것은 사실이고, 그로 인해 종교개혁이 시작된 것도 사실입니다. 

저는 루터의 반박문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는 루트를 통해 반박문을 구해 읽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아는 루트를 통해 반박문을 구해 읽어 보았습니다. 첫 번째 논제는 다음과 같은 선언으로 시작되더군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회개하라"(마태복음 4:17)라고 하셨을 때, 이는 믿는 자의 삶 전체가 회개하는 삶이어야 함을 말씀하신 것이다."

이 글을 읽으며 이상야릇한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전에는 회개라는 것이 무슨 일을 하나 잘못했을 때 하는 기도라고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회개가 삶이라니! 이렇게 충격적인 말은 태어나서 처음 들었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논제들을 열심히 읽어 보았지만, 당시 제가 이해하기엔 너무 어려운 말들이 만하 그저 넘어가고 말았습니다. '회개가 삶'이라는 충격적인 명제도 곧 잊어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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