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탐식의 딸들, 그리고 탐색

예림의집 2019. 11. 30. 11:34

탐식의 딸들, 그리고 탐색


탐식은 다른 죄에 비해 자칫 가벼운 죄로 치부될 수 있지만, 결코 사소하지 않은 결과를 초래합니다. 그레고리우스는 탐식이 부적절한 희열과 무례, 수다, 성적 불순, 감각의 둔화라는 딸을 낳는다고 말했습니다. 배불리 먹어 포만감에 젖거나 술에 취하게 되면 말과 행동이 저속해지고, 말이 많아지고, 불경한 말과 우스꽝스러운 몸짓으로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 하고, 무례한 몸짓과 음란한 행동을 하는 등 더러운 악을 주렁주렁 맺기 마련입니다. 이 중에서도 성적 불순, 즉 정욕에 따른 행동은 종종 탐식이 낳는 가장 전형적이면서도 대표적인 죄로 취급되어 왔습니다.

에바그리우스 역시 탐식은 '정욕의 어머니'라고 말했습니다. 탐식에 빠지면 지성이 흐려지고 욕정이 고조되어 행동이 난잡해진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그의 제자 카시아누스는 그 누구보다도 이 점에 대해 매우 설득력 있는 주장을 폈습니다. 그는 일곱 대죄를 육적인 죄와 영적인 죄로 나누었고, 죄는 육적인 죄에서 점차 영적인 죄로 나아간다고 보았습니다.

육체에 속한 죄 중에 탐식이 먼저 오고 그다음 정욕이 오는데, 이들은 사슬에 연결된 것처럼 앞의 욕망에 사로잡히면 반드시 그다음 욕망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또한 그는 욕구가 필요 이상으로 지나치면 죄가 된다고 보았습니다. 즉 죄란 '지나친 욕망'이며, 따라서 음식에 대한 욕구가 필요를 넘어 지나치면 탐식의 죄에 빠지게 되고, 이 욕구가 넘쳐흐르면 반드시 다음 육체의 죄인 정욕으로 넘어가게 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아퀴나스도 동일하게 탐식이 정욕을 일으킨다고 경고했습니다. 그는 호세아서에서 더 이상 하나님을 따르지 않는 이스라엘 백성이 배불리 먹고 술에 취하는 동시에 음행을 일삼았음을 지적했습니다(호세아 4:10). 이를 일반적인 논리로 설명하자면, 탐식은 인간의 감각을 둔화시키면서 육체적 기운을 일으켜 성육을 유발합니다. 특히 자극적인 향신료로 버무린 음식과 육류를 많이 먹으면 정욕이 더욱 고조되어 음행을 행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배부르고 기분이 좋아지면 어리석은 말들과 너저분한 행동이 돌출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수도원에서는 식탁에서 말을 삼가고 성경을 읽는 것으로 식사를 끝내야 한다는 규칙이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배가 부름에 따라 몸과 마음이 함께 느슨해져 말이 많아지고, 함께한 사람들을 즐겁게 하려고 아무 말이나 경솔히 하게 되고, 사람들에게 의도치 않은 피해를 입히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교부 바실리우스도 이렇게 말한 바 있습니다. "음식을 삼킴으로써 미각은 언제나 탐식을 꾀어내고, 안에서부터 걷잡을 수없이 솟아오르는 부드러운 체액으로 몸을 살찌우고 쾌락에 빠뜨린다. 이로 인해 결국엔 광란의 성교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