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탐식의 다섯 유형

예림의집 2019. 10. 31. 14:47

탐식의 다섯 유형


탐식은 목구멍이라는 뜻의 라틴어 '글라'에서 온 단어입니다. 마찬가지로 미식가라는 뜻인 gourmet도 이것에서 온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탐식이라 하면 정신없이 음식을 목 안으로 집어넣는 것을 연상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이것을 다섯 유형으로 좀 더 세분화하였습니다.


첫째,는 급하게 먹는 속식입니다. 이는 마치 음식이 곧 없어지기라도 하는 것처럼 허겁지겁 재빨리 먹는 것, 즉 음식의 맛과 향을 음미할 사이도 없이 몇 번 씹지도 않고 삼켜 버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유형의 가장 큰 문제는 단지 빠르게 먹는 것이 아니라 음식을 대하면서 감사하지 않는 것입니다. 날마다 일용할 양식을 주시는 하나님, 햇볕을 받으며 자란 작물과 과실, 땅과 바다, 농부들의 수고, 그리고 정성껏 요리하여 식탁에 차리는 이의 수고를 의식하지 못합니다. 탐식자는 그저 먹는 일 자체에 골몰할 뿐 감사가 없습니다.

둘째는, 게걸스럽게 먹는 탐식입니다. 이는 음식에 대한 욕심과 집착으로 맹렬하게 먹는 것을 뜻합니다. 이 유형은 마치 며칠 굶은 사람처럼 입안 가득 음식을 넣고, 얼굴을 음식에 바짝 붙여서 다른 사람이 먹기 전에 먼저 먹으려는 욕심으로 맹렬히 먹습니다. 함께 식사할 때 어던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않고 계속 그 음식만 집어먹는 사람이 있습니다. 가령 뷔페에서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다음 차례에 음식이 남아 있지 않을까 봐 아예 처음부터 가득 담아 오는 것입니다. 그와 같은 욕심 앞에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은 자취를 감춥니다.

셋째는, 지나치게 많이 먹는 과식입니다. 이는 배가 부르지만 식욕을 억제하지 못해 "딱 한 입만 더!" 하며 수저를 놓지 못하는 것입니다. 오늘날처럼 먹을 것이 풍족한 시대에는 의식적으로 경계하지 않으면 이 유혹에 넘어가기 십상입니다. 뷔페는 이와 같은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대표적인 메뉴라 할 수 있습니다. 뷔페식당 창문에 흔히 "무제한 식사-당신이 먹을 수 있을 때까지", "무한 리필" 등의 문구가 있는 것도 이런 욕구를 겨냥한 표현입니다. 동물은 배가 부르면 음식에 더 미련을 두지 않지만, 인간은 배가 불러도 맛있는 것이 있으면 또 먹고 싶어 합니다. 달콤한 크림이 듬뿍 발린 케이크 한 조각을 입에 넣을 때의 그 즐거움이란 실로 엄청나기 때문입니다.

넷째는 까다롭게 먹는 미식입니다. 이는 조금은 먹더라도 까다롭게 먹는 것으로,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곤혹스럽게 합니다. CS 루이스의 <스크루 테이프의 편지>에 등장하는 삼촌 악마는 조카 악마에게 식사량이 줄어든 사람에게는 전략을 바꾸어 입맛을 까다롭게 만들어 주라고 조언합니다. "제가 원하는 건 잘 우려낸 홍차 한 잔이에요. 엷게 타 주시면 좋겠는데, 그렇다고 너무 연하게는 말고요. 그리고 바삭바삭한 토스트 한 조각만 곁들여 주시고요." 그런 사람은 자신이 많이 먹지도, 비싼 음식을 원하지도 않고 그저 소박하게 먹는다고 생각하며 '이 간단한 것 좀 제대로 해주면 안 되나?' 하고 생각합니다. 이와 같이 까다로운 식욕은 요리하는 이를 힘들게 합니다.

다섯째는 사치스럽게 먹는 호식입니다. 이는 음식 자체도 고급스럽고 질이 좋을 뿐 아니라 색상까지도 보암직하고 세련되게 요리된 정찬, 우아한 식탁의 느낌, 아늑한 분위기 등의 여러 조건을 갖춘 식사를 바라고 고집하는 것입니다. 호식가들은 음식 그 자체만이 아니라 정서적인 만족감까지 매우 중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