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죽음에이르는7가지죄

수도사들과 탐식

예림의집 2019. 10. 16. 14:11

수도사들과 탐식


탐식을 죄로 규정하고 경계해 온 중세 교회의 전통은 4-5세기 수도원 운동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세속을 떠나 수도원으로 들어와 하나님과 연합하는 삶을 추구하던 수도사들은 우선 육체적 욕망을 벗어나야 했고, 그중 식탐은 가장 실제적인 것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음식에 집착하는 만큼 의에 주리고 목마른 삶으로 깊이 나아가기 힘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른 빵을 물에 적셔 부풀려 먹고 채식을 해야 했던 수도사들은 풍족한 음식과 이전에 먹던 고기에 대한 생각으로 종종 괴로워했습니다.

에바그리우스는 마귀가 '여덟 가지 악한 생각'으로 수도사들을 유혹하는데 그 첫 번째가 식탐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대죄들 중에서 탐식이 가장 낮은 수준의 마귀로 말미암은 것이지만 극복하기는 가장 힘든 죄라고 보았습니다. 왜냐하면 이 문제는 인간 생존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마귀는 수도사들에게 금식이나 절식하다가 쇠약해진 동료들의 모습을 떠오르게 함으로써 잘 챙겨 먹어야겠다는 생각을 교묘하게 조장했습니다.

수도사 카시아누스는 수도사들이 이 욕망을 이길 수 없으면 아예 영적 싸움을 시작할 수 없다고까지 단언했습니다. 그래서 식탐을 극복하는 것은 마치 출애굽 사건과 같다는 비유까지 재시 합니다. 카시아누스가 탐식을 영적 전쟁의 가장 첫 자리에 놓은 것은, 탐식이 가장 악한 죄라기보다는 가장 범하기 쉬운 죄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공동 식사 시간 전에 미라 와서 혼자 먹는 것, 음식을 음미하지 않고 그냥 순식간에 먹는 것, 그리고 특정 음식만 골라 먹는 것을 금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가르쳤습니다.

성 베네틱투스도 <수도 규칙>에서 수도사는 하루 1파운드의 식사를 하되 식사 횟수는 2회를 넘겨서는 안 되고, 고된 일을 했을 경우에는 수도원장의 판단에 따라 더 먹을 수 있지만 그것도 배부를 정도로 먹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해 두었습니다. 그는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방탕함으로 마음이 둔하여지지 않도록 스스로 조심하라'라고 가르치셨던 말씀(누가복음 21:34)을 중시하여, 수도사로서 정신이 혼미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해 특히 식욕을 절제하는 훈련을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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