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즐겨 먹던 빵
본디 나는 명목상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엄격한 율법주의자였고, 상당히 계획적으로 살았습니다. 처음 예수님을 찾게 된 것은 고등학교 친구들과의 만남을 통해서였습니다. 수련회에 가서 베드로 역을 맡아 연극도 했고, 학생회장도 지냈습니다. 친구들이 좋아서 주말이면 교회에서 살았습니다. 그러다가 대학생이 되었습니다 무작정 가입한 대학생 선교 단체 선배들이 누리끼리한 책자를 소개했습니다. <나의 주 나의 하나님> 책이 아니라 손으로 써서 복사한 노트에 가까웠습니다. 당시만 해도 묵상지가 거의 없었습니다. 그 복사물을 내게 소개한 선배가 말했습니다.
"이 책자를 쓴 저자는 예수 믿고 나서 묵상을 한 번도 쉬지 않았네, 한 번도! 그래서 책 제목의 '나의 주 나의 하나님' 이래." 예수님을 직접 만나본 도마의 고백처럼, 그 저자도 매일 주님을 만나고 만졌던 경험을 제목으로 삼았던 모양입니다. 부러웠습니다. 난 당시에 묵상을 꾸준히 하지 않았습니다. 불신자 집안에서 처음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나는 고등학생 때 선생님들로부터 묵상하는 법을 소개받고도 무시하고 지나쳤습니다. 그랬던 내가 선교 단체 리더의 말에 귀가 번쩍 뜨이고 눈이 휘둥그레졌습니다.
"에이, 말도 안 돼! 정말 사람이 그럴 수 있어요? 그건 불가능해요!" 그러면서도 마음 한편에서 갑자기 경쟁심이 타올랐습니다. 좋다. 나도 한번 해보자. 마음을 단단히 먹고 <나의 주 나의 하나님>을 샀습니다. 책으로 안내를 받았지만, 혼자 성경을 펴서 읽기만 하고 끝냈습니다. 묵상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다시 묵상지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영국 성서 유니온에서 발행하는 묵상지 <데일리 브레드>를 만났습니다. 묵상이 깊지 않은 데다 성경 내용도 알쏭달쏭 한 나에게 부드러운 종이에 깨알 같은 영어로 적힌 <데일리 브레드>는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나와 같은 초신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성경 본문에 대한 설명이 유익했고, 묵상을 담은 짧은 적용점들이 많은 통찰을 주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빵을 싫어하던 내가 아침마다 '빵(Daily Bread)'을 먹는 게 일상이 되었습니다.
당시 내가 속한 선교 단체에서 자주 하던 말이 있습니다. 'No Bile, No Breakfast!' 말씀 묵상 없이는 아침식사도 없었습니다. 회원이던 형제 한 명과 밤마다 <데일리 블레드>를 다시 펴들고 되새김질을 했습니다. 날마다 읽고 생각하고 기도하기를 되풀이했습니다. 하루 일과를 마치면 모여서 아침에 먹는 <데일리 브레드>를 나누었습니다.
<데일리 브레드>는 내가 유일하게 손에 잡은 원어 잡지였습니다. 영어로 잡지를 읽고 묵상하는 '겉멋'으로 선택한 것인데, 결과적으로 나의 허세가 묵상을 자극한 동기가 된 셈입니다. 그렇게 보게 된 <데일리 브레드>는 꽤 여러 해 동안 내 영적 나이테에 흔적을 남겼습니다. 약간의 허세를 등에 업고 시작한 묵상은 삶의 진실함으로 나를 일깨웠습니다. 행위와 존재가 불일치하던 미숙한 나를 점점 성숙으로 이끌었습니다. 아침 한 시간의 묵상은 내 인생에 많은 자양분이 되었고, 일상에 전혀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던 말씀이 그때부터 내 삶 구석구석 만지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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