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으로 숨은 은혜
사랑하는 그리스도인이여, 그대는 믿음으로 말미암아 누리게 된 은혜가 드러나지 않도록 감추는 것이 훨씬 유익하고 안전합니다. 그대는 자만하지 말 것이며, 자만스럽게 말하지도 말 것이며, 자만스럽게 생활하지도 마십시오. 오히려 자신을 겸손하게 지키고 은혜받을 자격이 없는 은혜를 받은 것처럼 생각하면서 두려워할 줄 알아야 합니다.
자기가 은혜를 입고 있다는 생각에 너무 집착하지 마십시오. 그런 감정은 어느 날 갑자기 정반대로 바뀔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대가 은혜를 누릴 때에는, 은혜받지 못할 때의 자신이 얼마나 비참하고 곤궁하게 될지를 생각하십시오. 영적 삶의 진보는 위로의 은혜를 받고 있을 때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겸손과 자기 부정과 인내로서 은혜가 물러간 상황을 견디어 낼 때 이루어집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 처하여도 기도하는 일에 게으르지 않고 늘 행하여 온 경건의 시간을 조금도 소홀하게 여기지 않을 때 이루어집니다. 그대의 힘과 지식을 최대로 활용하여 그대에게 부여된 임무를 기꺼이 실행하십시오. 그리고 마음속에서 느껴지는 무미건조함이나 고민으로 인해 자기의 임무를 실행함에 있어서 추호도 소홀함이 없도록 하십시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하는 일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에는 참을성이 없어지거나 일에 소홀해집니다. 인간의 삶은 언제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예레미야 10:23; 로마서 9:16). 다만 인간의 삶은 하나님께서 좌우하시니, 그분의 뜻대로 주장하시고 위로하시며, 그분이 원하시는 만큼 주시고자 하는 자에게 주시는데, 그것도 역시 그분의 마음에 흡족하신 정도이지 절대로 그보다 많이 주시지는 않습니다.
자신의 믿음 있는 생활이 은혜를 입는다고 생각하고 경솔하게 행하는 사람들 중에는 스스로를 완전히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의 약점을 헤아리지도 않고 이성의 판단보다도 감정의 욕망에 사로잡혀 자기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시도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보다 훨씬 큰일을 하려다가 그만 순식간에 하나님의 은혜를 잃어버립니다.
그러나 주제넘게도 자기가 이미 하늘에 안식처를 마련했다는 사람들(이사야 14:13)은 무력하고 비천한 추방자가 되었습니다. 결국 이들은 처참한 지경에 처함으로써, 자기 자신의 날개로는 날지 못하고 주의 깃 밑에 들어와서 의지해야 한다는 것을 개닫게 됩니다. 여전히 주의 길을 따라가는데 서투르고 익숙지 못한 자들이 지혜로운 분들의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쉽게 속임을 당하고 파멸에 이르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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