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현대신학

욥의 경우를 들어서...

예림의집 2017. 11. 20. 09:58

욥의 경우를 들어서...


하나님은 단지 욥이 따지고 싶어 하는 공의에 대해서 직접적으로 설명하시지 않았다. 사탄이 찾아와서 내가 허락했다는 식의 말씀도 하시지 않았다. 하나님은 단지 전능성, 전지성, 편재성, 합리성, 선하심, 영원성 등을 언급하시면서 당신이 누구이신지를 말씀하셨다 욥은 이러한 하나님의 속성을 이해할 수도 없고 감당할 수도 없음을 고백한다(42:1-2). 그리고 “내가 주께 대하여 귀로 듣기만 하였사오나 이제는 눈으로 주를 뵈옵나이다. 그러므로 내가 스스로 거두어들이고 티끌과 재 가운데에서 회개하나이다(욥42:5-6)." 라고 자복하며 회개한다. 또한 하나님은 욥의 세 친구의 죄악도 꾸짖으신다. 욥과 같이 이들 역시 자신들이 알고 있는 공의가 궁극적인 것으로 알았다 그 공의에 욥도 부합해야 하고 하나님도 부합되실 것으로 믿었다. 그러나 욥이나 세 친구가 생각하듯이 궁극적인 공의는 하나님을 떠나서 따로 있지 않다 하나님이 공의이시다 하나님의 공의는 하나님의 전능, 전지, 편재, 합리성, 선하심, 영원성과 독립되어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 안에 다 포함되어 있다.

이와 같이 하나님은 ‘자함적(自含的, self- contained)’이시다. 모든 것이 자신 안에 포함되어 있다. 합리성, 사랑, 선, 공의, 지식, 지혜, 영원성 등 모두가 하나님 안에 포함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완전한 하나님을 잠시 옆에 제쳐놓고 인간의 이성이나 경험을 통해 하나님을 증명하고 검증한다는 것은 크게 잘못된 것이다. 하나님 안에 포함되어 있는 합리성으로 인해 우리의 이성과 경험과 믿음이 합리적이 되는 것이며, 이성이나 경힘을 처음부터 사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성이나 경험을 사용하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합리성을 전제하는 것이요 이미 하나님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한 하나님 안에 포함되어 있는 선(good)으로 말미암아 인간은 도덕적 절대성(moral absolute)을 의존하고 도덕적 존재로 살아가고 있고 도덕적 판단을 한다. 인간 스스로 도덕성을 만들어 도덕적 판단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도덕적 절대성 때문에 가타부타 도덕적 판단을 히는 것이다.

이러한 하나님을 전제하는 것은 맹신주의(fideism)와는 거리가 멀다. 이 전제는 극히 합리적이다. 근거 없이 무조건 믿는 것이 아니라 근거의 ‘절대적 필요성(absolute necessity)’을 내세운다. 어떤 진리 혹은 어떤 사실에 대한 절대적 필요성은 논리나 경험으로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전제(presuppose)하는 것이다 즉 궁극적 출발점이요 기준이요 준거점(reference point)이다 예를 들어,돌고래가 100미터 거리를 5초에 헤엄쳐 갈 수 있느냐 없느냐를 따질 때는 돌고래의 1 미터 당 평균 속도, 10 미터 진행시의 가속력, 물의 깊이에 따른 부력, 돌고래의 몸체에 부딪히는 물의 저항 등을 측정하고 예측해서 결정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과학적 측정이 아니더라도 직관적으로 가늠하든지 또는 연역적으로 판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돌고래가 물에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다. 돌고래가 땅에 엎드려져 있을 때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즉 물이 이 증명이나 판단에 있어서 ‘절대적 필요성’이라는 것이다. 물을 전제하는 것이 맹신적이요 불합리한 일이라고 할 수 없다. 더욱이 돌고래가 물에서 수영할 때 물이 갑자기 증발해 버린다든지 물이 갑자기 모래가 된다든지 하는 일이 없을 것을 또한 전제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제를 의식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그 전제는 ‘절대적 필요성’이다. 그리고 이러한 전제를 한다고 해서 그 전제가 비합리적이고 맹신적이라 할 수 없다. 전제가 아니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달리 방법이 없다는 것은 비합리적 혹은 비과학적이라는 비판을 초월한다는 의미이다 이런 비판이 적용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인간의 모든 활동 존재론적, 인식론적, 윤리적 활동에 앞서 이러한 활동들이 이치에 맞고 가능하게 하는 하나님과 그의 계시를 전제하는 것은 결코 불합리하거나 맹신적이 아니다. 하나님은 절대적 필요성이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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