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우리의 작은 영웅들
아시아의 작은 영웅들
목숨을 걸고 죽음의 질병인 사스(SARS)와 맞서 싸우는 홍콩의 의사들, 지난해 캄보다이와 태국의 분쟁시 분노하여 달려드는 캄보디안 인들로부터 태국 대사관에서 일하던 태국인들을 보호한 대사관 근처 빈민가에 사는 캄보디아의 선한 사마리아인 윤리(Yun Ry), 9세 때 양쪽 시력을 모두 잃고 18살 때는 청력마저 완전히 잃어 시각, 청각 장애자가 됐지만 일본 최고의 도쿄대학의 교수로 우뚝 선 일본의 후쿠시마(Fukushima), 믿음과 인내를 가지고 발리 폭파 테러리스트를 잡기 위해 노력하는 인도네시아의 한 교통 경찰관 아구스 반뱅(Agus Bambang),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 후 장애인들의 복지를 위해 남편인 천수빈 대만 대통령의 격려를 받고 일하는 우스첸 (Wu Shu-chen), 쓰레기 더미의 자연을 회복하기 위해 자신의 신체적 아름다움을 사용하는 필리핀의 영화배우 구치에르 (Gutierrez)와 재생산 가능 에너지 개발에 힘쓰고 있는 일본 젊은이들의 영웅인 51세의 작곡가이며 가수인 소코모토(Sokomoto), 한방의 덩크슛으로 알 수 없는 나라, 믿을 수 없는 나라, 값싼 노동력의 나라로만 알려져 있던 중국을 놀라운 나라로 미국에 각인시킨 장신 농구선수 야오 밍(Yao Ming), 20년간의 시민 전쟁을 대화와 나눔으로 종식시키고 평화를 만들어 간 스리랑카의 총리 위커리메싱히(Wickremesinghe), 온갖 고난과 방해를 받으면서도 중국 전역을 다니면서 흩어져 있는 고난 당해 순교한 캐토릭 성도들의 기록을 모아 로마 교황이 그들을 공식적인 순교자로 인정해 주길 소망하는 수녀 마리아(Sister Maria), 힌두교도들에 의해 파괴된 소외된 아무도 찾아갈 염두를 내지 않던 모슬렘 마을에 참아가 지역 개발네트웍을 만들어간 네 명의 인도 여인들, 지난 4월 28일자 타임지에 실린 아시아의 영웅들이다.
소개된 이런 작은 영웅들 가운데 유일한 한국인은 김상훈씨다. 그는 현재 탈북자를 돕는 일을 하고 있다. ;지난 해 25명의 탈북자들이 중국주재 스페인 대사관에 진입해서 망명을 요청해 그 후 계속적인 탈북자들의 대사관 진입 사건을 일으키는 계기된 일을 실제적으로 주도했던 한국인이다. 그는 현재 70세로 한국에서 태어난 헌신된 그리스도인이다. 그의 부친은 일제치하에서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목사였고 이런 가족 환경으로 인해 그는 자연스럽게 인권운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연세대를 졸업하고 영국대사관에서 일한 후, 60년대에 UN 난민구호 사역에 참여했고, 1975년부터는 유엔세계식량계획에서 일하게 되면서부터 국제난민사역에 관심을 가졌고, 1994년 은퇴한 후 북한 난민들에 대한 관심을 가지고 일하기 시작했다. 필자도 지방에 내려가는 기차 안에서 그분을 만난 적이 있다. 개인적인 대화는 못했지만 탈북자 국제난민지위획득을 위한 서명을 위해 열차 안에서 서명을 받는 것을 보았다. 이런 평범하지만 작은 영웅들이 우리들의 삶을 인간답게 만들어가고 있다.
복잡한 현안들
이러한 염려가 현실로 들어난 것이다. 지난 4월 16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일린 제 59차 유엔 인권위에서 북한의 인권문제에 대한 결의가 있었다. 이 결의는 지금까지 국내외 인권단체 차원에서 논의되던 탈북자문제를 포함한 북한의 인권문제가 유엔의 공식의제로 포함되는 것을 의미한다. 찬성 28개국, 반대 10개국, 기권 14개국으로 채택됐는데 한국정부는 기권표를 던졌다. 탈북자 문제를 비롯한 북한의 인권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는 매우 복잡한 문제들에 얽혀 있다. 최근의 이라크 사태와 그 이후의 정세를 고려할 때 이번 북한 결의안이 어떤 결과를 가져 올지 모른다는 것이다. 국제 엠네스티 사무국도 이번 유엔 북한 결의안에 대한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결의안은 국내에서는 북한인권시민연합, 해외에서는 영국에 본부를 둔 세계기독교인연대와 미국의 북한인권위원회가 주도했다. 보통의 경우 국제 인권단체의 적극적이고 광범위한 지지와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연대틀을 구성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시도 없이 일부 국가, 특히 미국과 영국 정부의 지원에 힘입어 추진됐다. 결의안에 통과되는 과정에서 북한측은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다시 말해서 관심이 없다는 말이다. 자신들이 불량인권국가로 전략되는 데도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북한 대표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음모에 일일이 대응할 가치를 못 느낀다”며 결의안에 대해 협상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밝혔다. 북핵문제 등으로 인해서 지금 북한이 처해 있는 체제의 생존문제 앞에서 인권은 부차적인 문제라는 입장일 수도 있고, 또 미국과 유럽이 북한의 인권문제를 부각시킴으로서 이라크 사태 이후 미국의 대북 정책의 방향이 북한을 한 쪽으로 몰아가는 것으로 보았을 수도 있다. 즉 이러한 국제적인 압력을 통해서 북핵문제를 풀어가는 데 미국식 접근방법에 대한 명분을 쌓기 위한 술수라고 보았을 수도 있다.
한편, 한국 정부는 아무런 공개적 입장표명 없이 표결에 불참했다. 올해 초 유럽연합이 북한 인권결의안 추진의사를 알려왔을 때 노무현 정부는 명시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묵인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이라크 사태가 조기에 마무리되고 다시 북핵 문제가 국제적 관심사로 제기되는 맥락에서 북한 결의안이 제출된 것이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한국 정부는 북한을 자극하지 않겠다는 ‘현실적·전략적’ 판단을 내린 것이다. 한국 정부는 위원국이지만 표결에 스스로 참여를 포기했고 북한은 위원국이 아니어서 표결에 참여하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남북한 정부 모두 이번 결의안의 논의와 채택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하는 제 삼자가 된 것이다. 결국 남북한의 현안이 제 삼자들의 논리에 의해서 결정되고 있는 것이다. 얼마 전 미국에서는 몽골에 탈북자들을 위한 대규모 집단수용소를 만들자는 안이 제기 된 적도 있다. 이런 안에 비록 민간인들에 의해 제기 됐지만 미정보부가 가지고 있던 안 중에 하나는 이들 대규모탈북자 집단수용소를 통해 북한 정권에 대항하는 게릴라 반군세력을 양성하여 북한 정권에 대한 적대 세력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이런 방식은 미국이 자신들이 제거하길 원하는 정권에 대해 늘 사용해 왔던 방식이다. 이번 이라크사태의 경우도 미국은 이라크 내에 후세인정권에 반대하는 쿠루드족 반군이라든지, 북쪽의 반군 부족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것이 그 예이다. 사실 원래 후세인도 미국의 지원을 받던 반군이었고 미국의 도움으로 정권을 잡게 됐는데, 그 후 반미 정책으로 돌아서게 된다.
따라서 북한의 인권문제를 정치적 목적이나 대북 대결주의적 의도에서 사용하려고 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쉽게 말하면 인권문제가 빌미가 되어 미국이 북한을 공격하려는 의도를 강화해 주는 결과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북한의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정작 식량난에 빠진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고 정치적 도구로만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북한의 인권문제를 아무 생각 없이 강대국의 논리에 의해 따라간다면 인권문제를 빌미로 남북대결을 고조시키는 냉전논리의 정치적인 술수에 또 놀아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 북한의 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는 객관적 신빙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분명히 북한의 인권이 유린당하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 우리들에게 전달된 내용에 대한 객관성이 문제제기 되고 있다. 대부분의 경우 탈북자들의 증언에 의한 것인데, 과장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1998년 탈북하여 한국에 정착한 유태준씨의 경우 2000년6월 아내를 데려오겠다고 다시 입북했다가 체포 당해 32년 징역을 받았는데 2001년 11월 다시 탈북해 한국에 재 입국하는 등 수 차례에 탈북과 입북을 반복하는 일도 있었다. 따라서 인권 개선의 효율이라는 측면에서 국제적인 힘을 빌어 일방적으로 북한의 인권에 대한문제제기를 하여 미국 등 강대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공격하는 빌미를 주기 보다는 북한체제의 안정과 사회 전체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남북간의 평화 화해 협력증대라는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등장하고 있다.
누가 평화를 만드는 작은 영웅인가
현재 중국 거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은 동남아시아 지역까지 진출하고 있다. 그들을 그 곳까지 내몰게 된 현실적 상황을 바라다 볼 때 너무나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또 탈북자들의 처리 문제도 진정한 인권의 차원보다는 정치적, 국제적 환경과 자국이기주의의 관점에서 다뤄지고 있고, 이제는 북핵문제를 다루는 도구로 까지 이용되고 있다. 인류 역사 속에서 분명한 사실은 세상의 역사가 당대의 권력을 가진 자들에 의해 이어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권력자들은 그들의 권력을 위해 역사를 왜곡해 갔지만 그 역사를 바로 잡은 이들은 평화를 갈구하는 평범한 이들이었다. 그들의 희생과 소망을 통해서 하나님은 세상을 역사를 당신의 뜻대로 일구어 가신다. 북한관련 된 수 많은 문제들을 최종적으로 풀어 갈 사람은 주는 자가 받는 자 보다 복이 있다는 말씀에 순종하고 자신의 일부를 드리는 평범하지만 믿음의 작은 영웅들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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