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와 불가항력적 은혜(1:8-2:25)-③
그러나 불행이도 새 바로는 이스라엘에 대한 실체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그래서 이스라엘을 제거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 1장은 그가 단계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단계의 방법을 시행했음을 말해주고 있다.
첫 번째 방법은 은밀하고 우회적인 것이었다. 바로는 이것을 "지혜로운" 방법이라고 불렀다. 이 방법은 강도 높은 노동을 통해서 이스라엘의 생식 능력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방법은 옿려 역호과를 내고 만다. 12절은 "그러나 [이스라엘은] 학대를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여 퍼져나갔다"라고 말하고 있다. 바로가 은밀하게 시행한 작전은 실패로 돌아갔다. 애굽 사람들은 이스라엘 자손들로 말미암아 더욱 근심하게 되었다(12절).
첫번째 방법의 실패로 인해 바로가 동원한 두번째 방법 역시 여전히 교활하고 은근한 수단이었다. 그것은 "히브리 산파" 십브라와 부아를 동원하는 것이었다(15). 간교한 통치자들이 흔히 그렇듯이 그는 가능하면 자기 손에 피를 안 묻히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의 입장에서 볼 때 히브리인들을 말살하는 일에 히브리인을 사용하는 것은 얼마나 은밀하면서도 통렬한 일인가? 이런 점에서 볼 때 출애굽기 저자가 여기에서 굳이 "바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애굽 왕"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 "애굽 왕" 바로와 "히브리 산파"의 민족적 정체성의 대비를 더욱 강조해 주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로가 충분히 계산에 넣지 못한 문제는 이 "히브리 산파"들이 "애굽 왕"인 그보다 "하나님을 [더] 두려워" 했다는 점이다. 그 결과 바로는 이스라엘 백성이 "번성하고 매우 강해지는" 것을 다시 한번 목도하게 되었다(20).
주목할 점은 20-21절이 출애굽기 1-2장에서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의 시작을 알리는 2:23-25을 제외하고는 유일하게 하나님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이 꼭 유념해야 할 것은 이 두 구절이 하나님께서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셨다는 것을 알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출애굽기 저자의 저술 전략 속에서 하나님의 적극적인 개입의 시작은 2:23-25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보시고 아시는" 다음부터이다. 1:20-21에서는 하나님은 단지 수동적으로 히브리 산파들의 용기와 수고에 보답하시는 것 뿐이다.
두 번의 은밀한 방법이 실패하자 바로는 드디어 세번째 방법을 사용한다. 이 방법은 앞의 두 개의 방법과 달리 공개적이고 전면적이다. 교활한 통치자인 바로는 더 이상 자신의 정체를 숨길 수가 없었다. 이처럼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 그가 사용한 잔인한 방법은 히브리인의 모든 남자 아이를 무조건 죽이는 것이었다.
이스라엘의 구원자 모세가 탄생하게 된 배경은 바로 이런 절제절명의 상황이었다. 이스라엘은 과연 이 위기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이 민족의 구원자가 될 남자 아이는 과연 태어날 수나 있을 것인가? 이런 상황 속에서 하나님께서 쓰실 수 있는 수단은 과연 어떤 것들이 될 것인가?
하나님의 역사는 이처럼 가능성 제로의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온 세상을 완전한 무로부터 창조하신 하나님은 가능성 제로의 상황 속에서 구원을 창조해내신다. 하나님의 구원은 무로부터 시작한다. 가능성 제로의 상황 속에서 가능을 창조해내시는 분이 바로 하나님이시다.
참고로 모세가 탄생하게 되는 배경을 그리고 있는 1장의 상황은 마태복음 2장에서 예수 그리스도께서 탄생시에 겪는 경험과 상응한다는 것이다. 헤롯 역시 바로처럼 베들레헴과 그 모든 지경의 사내아이들을 전부 죽이라는 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출애굽기의 바로와 모압의 발락과 신약의 헤롯은 하나님의 대적자들의 연대를 형성한다. 하나님의 역사는 구속사의 진행을 막으려는 대적자들이 집요한 방해를 뚫고 성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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