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사의 희망: 영웅의 탄생(2:1-10)과 아이러니의 승리
지금까지 출애굽기 1장은 거시적인 역사적 상황을 서술하였다. 1:1-7은 수백년의 역사를 다뤘다. 그리고 1:8-22은 이 수백년의 역사의 끝에서 이스라엘 민족 전체가 당하는 상황을 다뤘다. 이제 이 2장의 첫 단락은 아주 미시적인 상황을 다룬다. 이 단락은 한 남녀의 만남으로 붜 시작된다.
2:1에서 내레이터는 막연하게 "레위 족속 중 한 사람이 가서 레위 여자에게 장가들었더니"라고 말한다. 이와 관련해서 내레이터가 모세의 부모가 될 이 두 사람에 대해서 잘 모른다고 이해하는 것은 잘못이다. 출 6:14-25이 보여주듯이 내레이터는 모세의 족보와 관련된 정보를 아주 상세하게 파악하고 있다(참고, 민 26:5-60). 단지 그는 글의 흐름상 이 대목에서 두 사람에 대해 지나치게 상세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것이 부적절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않을 뿐이다.
모세가 처음 태어났을 때 그가 자기 엄마에게 준 첫 인상은 "잘 생겼다"는 것이었다. 여기에서 "잘 생겼다"는 표현에 사용된 히브리어 어휘는 토브란 형용사이다. 이 단어는 창세기 1장에서 하나님께서 창조된 세상을 바라보실 때 받은 인상을 나타낼 때 사용된 어휘이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더라(히, 토브)(1:4, 10, 12, 18, 21, 25, 31)." 여기에서 다시 한 번 출애굽기가 창세기의 본문과 연결되는 예를 볼 수 있다.
모세의 생김새는 그의 생존에 필수적인 요소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바로의 반창조적인 음모를 저지하기 위해 일부러 창조 모티프를 끌어온다. 잘 생긴 자기 아들을 본 어머니는 이 아들을 세 달 동안 숨겼다. 아마 이 세 달이라는 기간은 이 무기력한 어머니가 아들의 탄생이 탄로나지 않게 막아줄 수 있는 최대한의 기간이었을 것이다.
아들을 숨기는 것이 더 이상 불가능해졌을 때 어머니가 택한 두번째 수단은 이 아들을 갈대 상자에 담아서 나일 강에 띄워 보내는 것이었다. 바로는 히브리 남자 아이를 죽이기 위해 나일 강에 던지라고 명령(1:22)했는데 모세의 어머니는 자기 아들의 생존 기간과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더 늘릴 수 있는 기회를 얻기 위해 아이를 나일 강 위에 띄워 보낸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이 시도를 통해서 아기가 생명의 구원을 얻었다는 점을 생각해 볼 때 죽음의 강 나일은 어머니의 사랑과 노력을 통해 생명의 강이 된다. 죽음의 문이라고 생각한 곳이 생명의 문이 된다. 하나님의 은혜는 이처럼 막다른 골목이라고 생각되는 곳에서 길이 열리는 기적과 같은 것이다.
어머니는 과연 신앙적인 동기에서 이런 선택을 한 것일까? 이에 대해서는 우리가 정확하게 말할 수가 없다. 구약성경의 몇몇 구절들은 이스라엘이 애굽에서 우상숭배를 했다는 것을 말하고 있다(수 24:14; 겔 20:7-8). 그러나 출애굽기 3:13-18에서 하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너는 가서 이스라엘의 장로들을 모으고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 너희 조상의 하나님 곧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의 하나님이 내게 나타나 이르시되... 하면 그들이 네 말을 들으리니"라고 하신 것을 보면 모세 이전의 이스라엘이 분명히 하나니메 대해서 정확히 알고 있었다는 것이 전제되어 있다. 그러므로 후대의 이스라엘처럼 이 당시의 이스라엘 역시 정통적인 신앙과 우상 숭배가 혼재되어 있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따라서 모세의 어머니가 어느 정도의 신앙심을 가지고 이 일을 했는지는 알 수가 없다.
하지만 모세의 어머니의 이 시도가 모성애에서 나온 것임은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어머니는 자기가 데리고 있는다면 어차피 죽을 수 밖에 없는 아들을 나일 강에 내어놓음으로써 자기보다 더 위에 있는 존재에게 그 운명을 맡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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