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8-15:21-위기와 불가항력적 은혜(1:8-2:25)

출애굽기 1:8-15:21

 

위기와 불가항력적 은혜(1:8-2:25)

 

  이스라엘에게 닥친 위기와 이 위기 속에서 베풀어지는 하나님의 은밀한 은혜를 다루고 있는 이 단원은 출 3-4장의 모세의 소명에 대한 본문과 그 이후이 다른 본문들의 배경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단락은 크게 다음 몇개로 나뉜다.

 

  a. 구속사의 위기(1:8-22)

  b. 구속사의 희망: 영웅의 탄생(2:1-10)

  c. 영웅의 좌절(2:11-22)

     1. 섯부른 구원의 시도(2:11-15전)

     2. 아, 게르솜(2:15후-22)

  d. 진정한 구속사의 영웅의 등장(2:23-25)

 

구속사의 위기(1:8-22)

  이 단락은 크게는 이스라엘이 출애굽하게 된 배경적 상황을 서술하고 있으며, 작게는 모세의 탄생시의 상황을 제공해주고 있다. 우선 이스라엘이 바로의 폭정 아래서 겪은 고통과 강제노동은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구원하게 하시는 직접적인 원인으로 작용한다(2:23-25). 또한 이 억압의 상황은 종 모세가 탄생하는 배경을 제공해준다(2:1-10).

  창세기와 출애굽기의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출 1:1-7을 제외하면 출애굽기의 진정한 시작이라고 할 수 있는 1:8에서 내레이터는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이라는 문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첫째, "새 왕" 이라는 표현 자체가 지금까지의 상황에 대한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임을 예고해준다. "새로운"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니다. 특히 창세기 마지막 부분(47:27-50:26)과 출애굽기 1:1-7이 이스라엘이 누린 축복과 평화를 강조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1:8의 새로움은 불길한 느낌을 강하게 전달해준다.

  둘째, 이러한 불길한 느낌을 더욱 두드러지게 해주는 것은 이 왕이 "요셉을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창세기의 마지막 부분에서 요셉이 어떻게 애굽을 큰 위기로부터 구해냈는지, 그리고 애굽이 요셉과 그의 가족을 얼마나 친절하게 대했는지를 잘 알고 있는 독자들에게 이 새로운 왕이 "요셉을 알지 못한다"는 것은 큰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러나 "요셉을 알지 못한다"는 표현은 단순히 여기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 구절에 사용한 단어인 "알다(야다)"란 동사는 이어지는 본문들의 플롯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한다. 출애굽기의 플롯은 1:8의 이 "요셉을 알지 못한다"는 표현에 의해서 방아쇠가 당겨진다. 이스라엘이 고통을 당하는 것은 바로 이 "알지 못함" 때문이다. 그러면 이 "알지 못함"으로 인해서 발생한 문제는 어떻게 해결될 수 있겠는가? 다연히 이 "알지 못함"의 문제가 해소되어야만 해결될 수 있다. 이런 면에서 2:25은 매우 중요하다. 이 구절을 개역개정판은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돌보셨고 하나님이 그들을 기억하셨더라"고 번역하고 있는데 아쉽게도 이 번역은 원문을 전혀 살려주지 못하고 있다. 원문을 축자적으로 번역하면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돌보셨고, 하나님이 아셨더라(야다)" 정도가 된다. 여기에서도 역시 "알다"라는 단어가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애굽이 새 왕이 "알지" 못해서 발생한 문제는 하나님이 "알게" 됨으로써 해결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처럼 "알지 못하다"와 "알다"가 충돌하면서 플롯을 진행시키는 또 한 군데의 본문은 출 5:2과 7:5이다. 모세가 바로에게 이스라엘 백성들을 보내달라고 말할 때 바로는 "여호와가 누구이기에 내가 그의 소리를 듣고 이스라엘을 보내겠느냐?"고 말한다(5:2). 이에 대해서 하나님게서 주신 대답은 "내가 내 손을 애굽 위에 펴서 이스라엘 자손을 그 땅에서 인도하여 낼 때에야 애굽 사람이 나를 여호와인 줄 알리라"는 것이었다(7:5). 7:5이 하나님의 이 말씀이 중요한 것은 이어지는 열 재앙이 중심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알다"라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하나님은 열 재앙을 내리시는 내내 이 "알다"라는 단어를 사용하신다(7:5, 17; 8:10,22; 9:14, 7; 11:7; 14:4, 18). 이처럼 1:8의 "요셉을 알지 못하는 새 왕" 이라는 문구는 플롯의 방아쇠를 당길 뿐만 아니라 플롯의 중심을 차지하는 "알다"라는 단어를 도입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