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애굽기 1:1-7 ⑤
비록 출 1:7에는 나오지 않지만 한 가지 더 살펴 봉아야 할 단어가 있다. 이 단어는 1:7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출 1:12에 나오는 단어이다. 이 구절 역시 앞에서 본 1:20과 마찬가지로 이스라엘의 급속한 팽창을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1:7과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그러나 학대를 받을수록 더욱 번성하여(라바) 퍼져나가니(파라쯔) 애굽 사람이 이스라엘 자손으로 말미암아 근심하여." 우선 라바라는 단어는 1:7과 연결되어 있다. 이 단어는 또한 파라쯔라는 동사와 함께 등장한다. 이 파라쯔는 창세기에서 야곱과 관련하여 주로 사용된 동사이다(창 28:14; 30:30, 43). 앞에서 살펴본 아짬이라는 동사가 이삭과 관련하여 사용된 동사라면 파라쯔는 야곱의 주제어라고 할 수 있다.
이 파라쯔는 야곱이 도망 중에 벧엘에서 하나님을 처음으로 만나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해주신 약속의 말씀 속에 처음으로 등장한다. 하나님은 "네 자손이 땅의 티끌같이 되어서 동서남북에 퍼져나갈지며(파라쯔)"라는 약속을 주셨다. 이 약속은 그의 할아버지 아브라함과 아버지 이삭에게 주어지지 않은 새로운 말씀이었다.
이 단어는 30:30, 43에서 다시 한 번 야곱과 관련하여 중요한 역할을 한다. 30:30에서 야곱은 라반이 부를 축적한 것이 자기 덕분임을 밝힐 때 이 단어를 사용한다. "내가 오기 전에는 외삼촌의 소유가 적더니 번성하여(파라쯔) 떼를 이루었으니." 그리고 30:43에서 내레이터는 야곱이 드이어 "매우 번성하게(파라쯔)" 되었다고 선언한다.
이상의 내용들을 정리해볼 때 출애굽기 1:7과 그와 관련 구절들(1:12, 20)은 원역사(창 1:1-11:26)와 아브라함, 이삭, 야곱에게 특화되어 사용된 축복과 약속의 용어들을 정교하게 빌려오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이렇게 함으로써 이 구절은 창세기의 축복들과 약속들이 드디어 출애굽때에 이스라엘에게 성취되었음을 선포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관찰사항들을 고려해 볼 때 한 가지 아주 재미있는 질문이 제기된다. 그것은 1:7의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는 표현에서 "온 땅"이 가리키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학자들의 견해는 크게 둘로 나뉘는 듯하다. 어떤 학자들은 이 "온 땅"이 고센 땅을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스튜어트 등은 "여기에서의 '땅'은 이집트 전 지역이나 일반적인 땅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고센땅을 가리키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단언한다. 반면 다른 학자들은 이 따잉 애굽 땅 전체를 가리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러한 지리학적인 해석은 출애굽기 저자가 의도하는 바와 상치된다. 왜냐하면 이 저자는 이스라엘의 팽창을 신학적으로 창세기의 축복과 약속의 측면에서 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온 땅에 가득하게 되었더라"는 표현은 창 1:27과 9:1에 사용된 의미로 이해되야만 한다. 이 두 절에서 "땅"은 분명히 어떤 지역에 국한된 개념이 아니라 창조된 세계로서의 땅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출 1:7에서도 이 땅의 개념은 역사적이고 지리적인 의미에서의 땅이라기 보다는 신학적인 의미로서의 땅으로 이해되는 것이 더 타당할 것이다. 저자가 말하고 싶은 것은 이스라엘이 고센 땅이나 애굽 땅을 채울만큼 많아졌다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번성을 통해 창세기의 창조 명령 때부터 유유히 흘러내려온 하나님의 축복과 약속이 드디어 성취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면 이러한 1:7의 신학적인 선언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첫째, 이 선언은 이어지는 출애굽기의 본문들의 사건들을 창조 신학적으로 읽게 만들어준다. 이스라엘은 창조 때부터 시작해서 아브라함을 통해 이스라엘 조상들에게까지 이어진 창조 명령의 담지자들이다. 이들은 박해하고, 이들의 번성을 막으려드는 바로의 행위는 하나님의 창조 행위에 대한 도전이다. 바로는 단순히 이스라엘을 박해한 역사상의 한 이방 통치자가 아니라 하나님이 다스리는 거룩한 역사에 도전한 자이다.
둘째, 1:7이 강조하고 있는 성취는 창세기에 나오는 약속들 중 생육과 번성의 약속, 그리고 족장들에게 주어진 약속들 중 많은 후손의 약속과 연결되어 있다. 이 약속들이 성취되었다는 것은 하나님께서 아브라함에게 주신 말씀들 중 남은 약속, 즉 땅의 약속의 성취가 멀지 않았음을 예고한다.
이처럼 출애굽기 1:1-7의 짧은 단락은 출애굽기 내에서 하나의 독립된 단원이자 주요한 단원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다. 이런면에서 이 단락은 하나의 "작은 거인"과 같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단락이 없었더라면 아마 출애굽기는 굉장히 많은 것을 잃었을 것이다.
이 단원의 기능을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 단원은 창세기와 출애굽기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한다. 이 짧은 단원을 통해 내레이터는 야곱 가족이 몇백년의 시간의 여백을 뛰어넘어 하나의 큰 민족으로 성장하는 것을 묘사하고 있다. 둘째, 이 단원의 마지막 절인 7절은 창세기의 창조 명령, 그리고 이와 연결된 족장들의 중요한 축복들을 이스라엘이 성취했음을 신학적으로 선포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창조 명령의 성취자인 이스라엘에 대적하는 바로를 하나님의 창조의 적으로 만들고 있다. 셋째, 이스라엘의 생육과 번성의 성취에 대한 선언은 창세기의 족장들에게 주어진 또 하나의 중요한 약속인 땅의 약속으로 독자들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후로 출애굽기의 관심사는 어떻게 이스라엘이 애굽을 떠나 약속의 땅으로 가게 되었는가 하는 것에 집중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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