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신학·총신신대원/역사신학

지식의 위험

예림의집 2012. 9. 14. 19:11

지식의 위험

 

  영지주의는 복음을 "야만적이며 시대에 뒤떨어진" 하나님과 역사에 관한 유대인의 간념으로부터 분리시키려 시도하는 모든 기독교인들에게 중요한 교훈을 제공하여 주고 있다. 이는 기도교를 신앙의 차원으로부터 끌어 올려 보다 높은 지성적 지식의 영역으로 전이시켜 한층 중요한 인사들에게 그 매력을 증가시켜 보려는 몯는 이들에게 중요한 경고를 발하고 있다고 생각 할 수 있다.

  그리스도와 복음을 당대의 과학과 철학에 조화시키려 했던 노력 속에서 영지주의자들은 성육신의 사건을 부인하는 결과를 초래하였으며, 결국은 복음을 상실해 버리는 비극을 자아냈던 것이다. 마치 19세기의 신앙의 수호자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진화론의 용어를 통해 제시하엿듯이, 영지주의자들은 당대를 풍미했던 이들의 그럴듯한 사상의 빛 속에서 구세주를 해석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복음을 최신 유행의 인간의 학설과 한데 묶어보려는 시도는 항상 패배의 모습을 불러올 수밖에는 없다. 소위 당대의 지식인들간에 인기를 끄는 최신의 학설들보다도 더 생명이 짧은 것은 없다. 이들은 항상 그 뒤를 잇는 차세대의 또 다른 일단의 지성인들에 의해 비판의 대상이 되어 그 허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만약 영지주의자들이 승리했다면, 기독교는 유대교로부터 이어 받았던 무한한 가치의 유산들을 상실하고야 말았을 것이다. 모든 인류를 대상으로 한 기독교의 힘찬 메시지는 일부 계층의 논쟁거리로 전락하고 말았을 것이며, 그리스도는 더 이상  제 2의 아담으로서, 가장 완전한 인간의 위치를 빼앗기고, 수많은 신비 종교들이 숭상했던 여러 신들 가운데 하나로 전락하고먀 말았으리라.

 

  정통 기독교 신자들은 영지주의자들에게 대항한다는 작업이 매우 어려운 일임을 깨닫게 되었다. 그들은 논쟁 중에 항상 자기들에게는 남들이 소유하지 못한 비밀의 지식이 있다고 주장하고는 하였다. 즉 예수님이 생존 당시에 이러한 비밀스런 지식들을, 비록 교회를 설립했던 장본인들이었으나, 물질에 눈이 어두워졌던 유대인들로부터는 감추고, 대신 영지주의 교사들에게만 전수해 주었다고 주장하였다. 만약 이러한 주장이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이번에는 영지주의자들은 자기들의 주장을 정당화하기 위해 하늘로부터의 직접 계시를 주장하곤 하였다.

  그러나 신자들은 이들 영지주의자들의 이단을 축출하기 위해 일어섰으며, 이 과정 중에 자기들 스스로의 정통적 확신을 더욱 분명하게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초대 기독교 신자들의 신앙을 잘 표현하고 있는 것은 사도신경이라 불리는 신앙고백인데, 오늘날까지도 많은 교회들이 매 주일 자기들 자신의 신앙 고백으로 암송하는 것이다. 이 신앙 고백은 그 제목과는 딜리 직접 사도들에 의해 쓰여졌던 것은 아니며, 제 2세기 로마에서 세례 받는 이들을 위한 신앙 고백으로 처음 사용되기 시작한 바 있다. 학자들은 이 고백문의 원래 내용을 가리켜 구 로마 신경(The Old Roman Creed)이라 불렀다.

 

     저는 저능하신 하나님을 믿습니다.

     그리고, 그의 외아들, 우리 주님, 그리스도 예수를 믿습니다.

     그는 성령과 처녀 마리아에게서 탄생하셨습니다.

     그는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되었고,

     장사되셨습니다.

     그리고 사흘 만에 죽은 자들 가운데서 부활하셨습니다.

     그는 하늘로 승천하셨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오른 편에 앉아 계십니다.

     그는 거기로부터 산 자들과 죽은 자들을 심판하러 오십니다.

     그리고 성령님과

     거룩한 교회와

     죄들의 용서와

     육체의 부활과

     영원한 새명을 믿습니다.

 

  이 신경은 삼위일체의 신앙에 기초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그러나 엄밀히 말히서 삼위일체의 교리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 어디서도 하나님의 단일체 속의 셋을 설명하고자 시도하고 있지는 않다. 이 신경의 주된 관심은 하나님께서 어떻게 이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가를 보여주는데 있다.

  우선 신경은 "전능하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기술한다. 그후의 신경에는 "하늘과 따으이 창조주"라는 구절이 첨가된다. 이를 통해 피조된 세계는 악하다거나, 혹은 창조행위가 악한 신의 행위라는 영지주의의 사상을 반박했던 것이다. 물질세계는 선한 것이며, 인간들이 사용하고 즐기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많은 독자들에게 읽혔던 케임브리지의 교수, 시 에스 루이스는 그의 저서 "순수한 기독교" 가운데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하나님은 인간이 순전히 영적인 존재가 되기를 의도하신 바가 없다. 그래서 그는 인간들에게 새 샌명을 주시기 위해 빵과 포도주와 같은 물질들을 사용하신 것이다. 우리들은 이러한 모습이 상당히 유치하고 영적이 못된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서 그렇게 생각지 않으신다는 사실이다. 그가 먹기를 만드셨다. 그는 물질을 좋아하신다. 그가 이것들을 만드셨다."

 

  다음으로는 신경은 "우리 주님이신 그 외아들 예수 그리스도; 성령과 처녀 마리에게서 탄생하셨으며,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되었고, 장사되었던" 구세주에 대한 신앙을 고백한다.

  많은 현대인들은 "처녀 마리아에게서 태어나셨다"는 구절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들은 도대체 처녀가 아이를 낳은다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이러니칼하게도 영지주의자들에게 문제가 되었던 것은 "처녀" 여부가 아니라, 낳았다. 혹은 탄생하셨다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구절은 십자가 상의 죽음과 장사의 구절과 함께, 예수님의 완전한 인성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는 교회의 입장의 표현이었다.

  정통 기독교는 대속(redemption)이 어떤 영적 영역의 일부 비밀에 싸인 지식을 통해서가 아니라, 역사 속에서의 하나님의 활동을 통해 온다고 생각하였다. 하나님의 아들께서 시간 속으로 들어오셔서, 처녀에게 나시고, 본디오 빌라도에 의해 십자가에 처형 당하셨으며, 그의 유체는 땅에 매장되었다. 이는 지식의 문제가 아니라 역사 속의 사건이었다.

 

  마지막으로 신경 속의 또 다른 구절, "육체의 부활" 이라는 구절 역시 영지주의자들을 표적으로 하고 있었다. 이는 인간의 전인성을 주장하고 있다. 그는 영지주의에서 주장하듯이 선한 영혼과 악한 육체로 합성된 존재가 아니다. 정통 기독교 신자들은 육체는, 부인되고 유기되어야 할 부담스런 짐같은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하였다. 이는 이 세상뿐만 아니라 또한 내세에서의 생활을 위해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선물이었다.

  인간은 육체에 갇혀 있기 때문에 구원이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의식적으로 하나님께서 정하신 길이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길을 택했기 때문에 구원을 필요로 하는 사태에 빠졋던 것이다. 인간의 악은 그의 육체가 아니라, 그의 욕망과 애착 속에 존재한다. 그는 잘못된 대상을 원하고 사랑하였다.

  그의 고통과 고뇌는 너무나 깊고, 이생에서의 인간의 생활과 너무나 미착되어 있어서, 오직 특별한 구세주만이 그를 인간 자체가 지니는 타락의 상태에서 구원해 낼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정통 기독교는 간디나 그와 동의하는 모든 이들은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인간들에게 필요한 것은 선생이 아니다. 인간들은 구세주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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