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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지식의 인간들

예림의집 2012. 9. 14. 15:50

지식의 인간들

 

  초대 교회에서 복음을 이처럼 "영적인" 현태로 재구성하고자 했던 가장 강렬한 시도들 가운데 하나는 영지주의(혹은 그노시스주의, Gnosticism)였다. 우리는 영지주의를 가리켜 뚜렷하게 하나의 운동으로서 저의할 수는 없다. 왜먀하면 이들은 중추적인, 혹은 그 중심을 이루는 통일된 이념을 가지고 있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히려 여러 종류의 움직임이라 할 수 있었다. 각 집단들의 나름대로의 영적 지도자가 깨달은 진리에 이르는 방도들을 제시하고 있었다. 이들 영적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개인적으로 인생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독특한 지식, 즉 그노시스(gnosis)를 소유하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영적 세계의 관한 특별한 개인적 지식들은 사도적 기독교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등장하였다.

  정통 기독교 신자들과 영지주의파의 추종자들 사이에는 악감정들이 발생하기 마련이었다. 사도 요한의 제자였던 폴리캅이 전하는 바에 의하면, 언젠가 요한이 에베소의 목욕탕에 간 일이 있었다. 그는 이 곳에서 유명한 영지주의자였던 케린투스가 역시 목욕을 할 차비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요한은 수건만 두릍 채 험악한 인상으로 그냥 뛰쳐 나왔다.

  그는 말하기를, "빨리 도망하세, 목욕탕이 무너지기 전에, 진리의 원수인 케린투스가 안에 있네." 라고 하였다.

 

그런데 모든 영지주의 집단들은 대강 비슷한 모습으로 발전하였다. 이들은 사도적 기독교와 동일하게 구원의 개념과, 지존한 신의 존재와, 우주를 운행하는 영적인 존재들을 심봉하였다. 이처럼 공통적인 믿음의 내용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들은 2세기 경에도 교회의 주변에 존재할 수 있었으며, 많은 숫자가 교회의 내부로까지 침투해 들어올 수 있었다. 그런데 일단 들어와서는, 자기들의 생각으로 볼 때, "물리주의"적인 기독교가 파생시켰던 치졸하고도 저열한 영향들로부터 교회를 정화시키겠다고 나서기 시작하였다.

  영지주의자들의 기본 관념은 우리가 흔히 "이원론(Dualism)"이라고 부르는바, 세상은 궁극적으로 두 개의 서로 다른 우주적인 세력, 즉 선과 악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거이다. 헬라의 철학과 유사하게 이들은 악과 물질을 동일시하였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이들은 그 어떤 형태이든 창조자, 혹은 조물주 신을 악한 존재로 간주하였다. 신에 의한 창조는 가능한 일이나, 이는 동시에 저급한 사건이다. 그리하여 그들이 섬기는 신은 이러한 "악"의 경향으로부터 가능한 한 멀리 떨어져 있어야만 했다.

  궁극적인 신, 혹은 지존의 신은 일체 물질 세계와는 접촉을 가져서는 안되므로 이들은 일련의 발산(emanation)이 개념을 사용하여 창조를 설명하였다. 만약 하나님을 태양 자체레 비유한다면 이들 발산들은 태양으로부터 방사되는 광선들(sunbeams)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즉 그 본성 자체의 연장이기는 하지만 양자는 뚜렷이 구별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초자연적인 "힘들(power):은 다른 더욱 열등한 "힘들"을 생산할 능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일련이 생산 혹은 발출 작용이 영이어져서, 결국은 옥스퍼드 출신의 학자 찰스 빅이 설명하는 현상을 이루게 된다. "이러한 일련의 생산 작용에 의하여, 각각 그 부모보다는 약한 신적 피조물들이 나타나게 된다. 결국은 창조할 수 있는 능력은 있는데, 이러한 창조 행위가 악함을 깨닫지 못하는 어리석은 존재가 출현하게 된다." 바로 이 존재가 이 세상의 신, 곧 유대인의 하나님인 것이다.

  영지주의자들은 선한 신이 그리스도를 보낸다는 생각을 좋아하고, 그럴듯 하게 받아들였으므로, 이들은 궁극의 신성(The Ultimate Deity)께서 "그리스도"라 불리는 그의 하급 세력들 가운데 하나를 보내어 물질계의 사슬에 억매어 있는 인류를 구원시키고자 했다는 식으로 이론을 짜 맞추었다. 그러나 그리스도는 물질계와 직접 접촉할 수는 없으며, 접촉해서도 안된다. 그리하여 그리스도는 나사렛 예수가 세례를 받을 때, 혹은 그 비슷한 무렵에 그의 속으로 강림하여 머물다가, 예수가 체포 당했을 때, 혹은 그 비슷한 시기에 다시 빠져 나갔다고 설명하였다. 따라서 채찍에 맞고 죽음을 경험한 실체는 그리스도가 아니었다.

 

  인간의 육체를 가진 구세주의 딜레머를 해결하기 위해 다른 영지주의자들은 또 다른 이론들을 조작해 냈다. 한 집단에서는 예수는 결코 육체를 가진적이 없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사람들이 본 그의 육체는 사실은 그럴듯한 환상에 불과했다고 주장하였다. 우리가 가현설에서 살펴본 것과 동일한 천상으로부터 유령의 개념이 여기서 나타나고 있다. 어쨌든 모든 영지주의자들은 그리스도가 결코 인간일 수는 없다는 사실에는 동의하였다.

  따라서 현대의 일부 기독교인들에게는 의외일 수도 있으나, 예수님의 성육신 사건에 관하여 처음 나타났던 이단은 예수 그리스도의 신성이 아니라 반대로 그의 인성을 부인한 모습이었다.

  사도적 기독교와 비교해 보건대, 영지주의의 모습은 사실 기괴하기까지 하다. 그 중 한 가지는, 다른 적당한 용어가 없으므로, 구태여 이름을 붙이자면 이들 특유의 "예정(predestination)"의 이론이다. 많은 영지주의자들은 부르조아와 프롤레타리아로 양분된 형태의 천국을 상상하였다. 즉 보다 열등한 영적 계급은 믿음으로 살며, 깨달은 자들((Illuminated) 혹은 완전자들(Perfects)들은 지식에 의해 산다. 그런데 영적으로 최하층인 계급이 또 있다. 이들은 곧 어떤 상황 속에서도 필요한 지식(Gnosis)에 도달하지 못하는 자들이다. 이들은 어떤 심술궂은 신에 의하여, 아무리 훌륭한 교사를 만난다 할지라도 진리를 "볼 수 있는" 능력 자체를 결여한 채로 창조되었다.

출처 : 예림의집
글쓴이 : 김정민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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