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性)과 비방
초대 신자들에 대한 박해의 두 번째 이유는 이들에 관해 퍼졌던 헛소문이었다. 일단 이러한 소문이 시작되자 이를 멈추게 할 도리가 없었다. 기독교인들이 한데 모여 말할 수 없는 성적 문란 행위를 자행하고, 기타 각종 범죄 행위를 저지른다는 의심은 일반인들의 저속한 상상력을 자극하기에 충분하였으며, 이는 곧 그럴 듯한 신빙성이 있는양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다.
아마 이러한 근거없는 소문의 확산은 인간의 본성상 어쩔 수 없는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비밀은 곧 불신을 낳는 것이다. 일반인들은 기독교인들의 집횡 참여할 수 없다는 사실이 밝혀지자, 이들은 자기들의 상상을 좇아 헛소문으로부터 증오로 치달아 갔다.
기독교인들에 대한 혐의는 여러 가지였으나, 그중 가장 흔했던 것은 성적 문란과 식인(Cannibalism)이었다. 이러한 성적 범죄의 혐의는 신자들의 모임이 아가페(Agape), 즉 사랑의 연회라 불리었던 사실과, 신자들이 서로에게 "거룩한 입마춤(Holy Kiss)"을 했던 데서 연유했던 것 같다. 실제로 결국에는 교회 내에서도 입맞춤의 부작용이 심해져서 이를 실질적으로 금지시키게 되었다.
식인(食人)의 혐의는 성찬을 비밀리에 시행한데서 연유되었던 것 같다. 이교도들은 이 비밀 집회에서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 지는 몰랐으나, 누군가를 먹는다는 소문은 듣고 있었다. 예수님은 마지막 만찬에서 말씀하셨다. "이 떡은 나의 몸이다. 이 포도주는 나의 피다." 이교도들은 기독교인들이 인간의 피와 살을 마시고 먹는다고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일반 민중들은 만약 이처럼 끔찍한 행위를 저지르는 자들을 그냥 놓아 두면 국가에 온갖 불행을 불러 오리라고 믿게 되었다. 이러한 악행들은 신들의 분노를 자아내게 될 것이며, 기독교인들 뿐만 아니라, 이들을 처벌하지 않고 계속 악을 저지르도록 허락한 자들까지도 함게 벌을 받게 되리라고 생각하였다.
기독교인들의 비밀 집회와 이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소문은 일반적으로 공정성을 유지했던 로마 당국자들에게 굉장한 골칫거리를 안겨주게 되었다. AD. 112년경 플리니라는 이름의 소아시아 지방 총독은 황제 트라얀에게 그리스도의 추종자들을 가장 잘 처리할 수 있는 방도를 문의하였다. "도대체 이 기독교인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한번도 이들을 재판하는 모습을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단지 기독교인이라는 자체가 처벌 받기에 충분한 죄목이 되는지요. 아니면 실제로 무슨 범법행위를 저질러야만 하는지요? 이제까지는 자기 스스로 시나임을 자인하는 자들은, 로마 시민인 경우엔 로마로 이송시켰으며, 아닌 경우엔 현지에서 바로 처형했습니다. 이들의 고집스런 모습을 보면 어쨌든 처벌을 받기는 받아야 할 자들이라고 확신합니다."
플리니는 기독교인들이 무언가 죄가 있다고 확신하였다. 단지 그 죄목을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는 적어도 이들의 죄목이 부도덕이거나 식인은 아니라고 깨닫고 있었다.
기독교인들이 박해를 받았던 세 번째 이유는 우리가 생각하기엔 이상스러울지도 모른다. 기독교인들은 무신론자라는 죄목으로 처벌을 받았다. 이러한 혐의는 제국 내의 많은 이들은 도대체 형상이 없는 대상에 대한 예배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유일신 사상(monotheism)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이에 매력을 느끼지도 않았다. 그 결과 이들은 기독교인들이 제국의 신들을 모욕한다고 비난하였다.
기독교가 로마로 들어왔을 때는 고대이 신들에 대한 제사의식이 이미 제대로 남아 있지는 않았으나, 시민들은 아직도 의무적으로 예배의 행위에 참여할 것이 기대되고 있었다. 일반 민중들은 ㅁ나약 신들을 제대로 섬기지 않으면 각종 재해가 엄습할 거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터툴리안은 그의 "변증" 속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만약 티베르가 범람하거나, 나일 강에 홍수가 나지 않으면, 혹시 하늘에서 비가 내리지 않으면, 지진이나, 기극이나, 전염병이 발생하면, 사람들은 즉각 소리지른다. '기독교인들을 사자들에 먹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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