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 고든/성령

애매한 기준①

예림의집 2023. 6. 27. 10:56

애매한 기준①

수년 전 나는 미주리 주의 여러 대학을 방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중 한 학교를 방문했을 때의 일입니다. 어느 날 아침, 호텔에서 나와 대학가의 식당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한 남학생을 만나 일상적인 이야기를 하며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한참 대화를 하던 나는 그 학생에게 "혹시 기도교인이세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그는 고개를 돌려 나를 한번 쳐다보더니 고개를 돌리며 대답했습니다. "글쎄요, 교회에 소속되어 있기는 하지만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내가 관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보자 그는 마지못해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 풀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는 너무 표면적이어서 울타리 틈새로 안마당을 슬쩍 들여다본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내린 잠정적인 결론은 그가 자신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조금 더 이야기를 나누다가 헤어졌지만 그날의 대화는 그 이후로도 내 마음속에서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일주일 후 나는 다른 대학의 신학생들에게 강의를 하게 되었습니다. 강의가 끝난 후 그 학교의 교수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이렇게 질문했습니다.

"여기는 신학교니까 모든 학생들이 기독교인이겠군요." 그러자 교수는 흥미로운 질문이라는 표정을 지으면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학생 대부분이 교회에 다니기는 하지만 기독교인처럼 살아가는 학생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그날도 나는 이전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을 구분하는 애매한 기준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몇 주 후 캔자스시티의 어느 치과대학을 방문했을 때 나는 강의실의 책상들이 무질서하게 놓여있고 바닥에는 쓰레기가 넘쳐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알고 보니 새 학기를 맞이하면서 강의실을 아직 정돈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나는 학장을 만나 학교 운영과 개학 준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다가 학장은 갑자기 나에게 얼굴을 가까이 갖다 대며 속사이듯 말했습니다. "저는 사실 교회에 잘 다니는 집사입니다." 그는 쑥스러운 듯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을 이었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저는 기독교인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내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습니다. 나는 공허함과 갈급함이 묻어나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깊은 연민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한 달 후 나는 미주리 주 남서부 지역의 한 아연 광산촌을 방문했는데 그곳의 한 감리교회에서 오륙백 명의 회중과 목회자에게 강연을 하게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에 대해 아는 것이 없던 나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관심사를 통해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강단에서 내려가 앞줄에 앉아 있던 한 목사에게 다가가서 이곳에 모인 회중이 어떤 사람들인지 말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자 그 목사는 교회 안을 한번 둘러보더니 바로 대답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여기 모인 사람들의 삼분의 이는 이 교회 사람들 같네요." 그러면서 한마디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이들 중 절반은 기독교인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들으면서 나는 마음속으로 스스로를 위로하며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그래, 여기는 광산촌이잖아. 이곳 상황은 아마 다른 곳과는 다를 거야!' 하지만 이런 사건을 연속적으로 겪으면서 나는 교회의 회중이 되는 것과 일주일 동안 예수 그리스도를 의지하며 살아가는 것 사이의 차이를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이러한 구분 자체가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사실 대부분의 목회자는 이 문제에 대해 한번쯤은 고민해 보았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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