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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삶은 어떠할까?

예림의집 2023. 5. 16. 11:14

그의 삶은 어떠할까?

 

두 번째 질문은 "우리가 사랑하기 힘든 그 사람들의 삶은 어떠할까?"입니다. 제가 처음 사역했던 교회에는 주일마다 혼자 찾아오는 일고 살 짜리 꼬마가 있었습니다. 그 꼬마의 이름은 정혁이었는데, 정혁이는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살았지만 부모는 그 아이를 매번 혼자 보냈습니다. 정혁이는 좀체 말을 듣지 않는 말썽꾸러기였습니다. 고함을 지르며 사방으로 뛰어다니고 눈에 보이는 것은 죄다 때려서 망가뜨렸습니다. 전체 교인이 100명이 안 되는 정도라서 그 아이는 더욱 눈에 잘 들어왔습니다. 저는 참으려고 애를 썼지만 결국 폭발하고 말았습니다.

그 교회에서 제가 가장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 일곱 살배기 꼬마였다는 사실을 말하려니 창피해서 얼굴이 화끈거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아이를 꼭 알아야 합니다. 어느 주일, 운명의 날이 왔습니다. 저는 설교를 하면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정혁이를 보았습니다. 그곳에는 유리문들이 있었습니다. 저는 설교단에서 설교를 하면서도 수시로 그 아이 쪽을 감시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없이 마구 뛰어다니던 녀석이 갑자기 멈춰 서더니 장난감 자동차를 집어 냅다 유리문을 향해 던졌습니다. 유리는 즉시 산산조각이 났습니다.

온 교인이 소스라치게 놀랐고, 나는 불같이 화를 냈습니다. 예배 후에 저는 담당 선생님과 함께 정혁이를 데리고 그의 집으로 쳐들어 갔습니다. 아이 혼자 보낼 거면 더 이상 보내지 말라고 부모에게 따끔하게 말할 참이었습니다. 도착해 보니 아이의 집은 좁고 낡은 판잣집이었습니다. 그의 엄마는 밖으로 나와 정혁이와 함께 있는 나를 보더니 대뜸 고함을 질렀습니다. "저 빌어먹을 녀석이 이번은 또 무슨 짓을 저질렀어요?" 엄마는 아이의 팔을 잡고 집 안으로 홱 끌어당겼습니다. 그러고 이 빌어먹을 녀석 때문에 자신이 삶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고 내내 욕을 섞어 가며 하소연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가 보니 지저분한 베개와 담요가 놓인 소파 하나가 보였습니다. "저기가 아이가 자는 곳이군, 저기가 랜디의 방이야." 엄마는 여전히 욕을 하고 있었습니다. 가만히 보아 하니 정혁이의 인생에 아빠는 없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갑자기 머릿속에서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습니다. "아이의 삶은 어떤 삶일까?""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순간, 그 아이를 향한 긍휼함이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내내 그토록 사랑하기 힘들었던 그 아이에 대해 갑자기 사랑밖에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정혁이의 엄마에게 말했습니다.

"정혁이가 정말 특별한 아이라는 걸 말씀드리려고 왔습니다. 아이와 함께 교회에 오신다면 언제나 환영이지만 매주 오신다면 더더욱 환영합니다!" 그날부터 저는 정혁이를 볼 때마다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몇 번 그렇게 하고 나니 그런 포옹이 이 아이에게 얼마나 큰 의미가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가 우리를 보자마자 포옹을 해 달라고 달려와서는 우리가 뒤로 나자빠지도록 세게 안겼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이 삶에 사랑하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잠시 멈춰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십시오. "그의 삶은 어떠한가?"

잠시 자신에게서 눈을 떼고 기도하면서 상상해 보십시오. "학대하는 부모에게 시달리며 자라는 삶은 어떠할까? 장애를 안고 살아가는 삶은 어떠할까?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 집을 나간 사람의 삶을 어떠할까? 시간과 돈의 압박에 시달리는 싱글맘의 삶은 어떠할까?" 정말 그들의 삶은 어떠할까요? 그들과 직접 만나서 사연에 귀를 기울이며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보는 것도 좋습니다. 그렇게 그들의 입장이 되어 보면 그들을 사랑하기가 더는 그렇게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