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만찬-감사②
로마 가톨릭에서 사용하는 "제단"이라는 단어 대신 "성찬대" 또는 "주님의 식탁"으로 부르는 이유는 성찬식의 집례자를 제단에서 제사를 드리는 제사장으로 보지 아니하고, 식탁에서 봉사하는 봉사자(minister)로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는 사람들에게 성례를 베푸는 일을 할 뿐이지,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는 것은 아닙니다. 오늘날 로마 가톨릭 교회도 트렌트 공의회의 규범들을 공식적으로 무효화하지는 않았지만, 자신들의 성만찬 희생의 교리를 개신교의 개념과 가급적 대립하지 않는 표현으로 재진술하려고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들도 그리스도의 죽으심이 "전 세계의 조를 위한 유일하고 완전하고 충분한 희생 제사였다"라는 사실을 명백하게 고백하고 있으며, 따라서 "그리스도에 의해 단번에 완성되었던 그 일의 반복 내지는 추가적인 행위란 있을 수 없다"라는 사실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역시 교회가 그리스도의 자기희생 제사를 통해서 세워졌음을 말하고 있으며, 이 점에서는 우리와 생각이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표현은 모호해서 위험 천만합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에 참여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그 은택을 공유한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것이지,
희생 제사에 동참했다는 의미에서 그렇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그리스도의 희생 제사와 우리는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이것은 복합적입니다. 우리는 감사를 드림으로 그분의 희생을 기념합니다. 그리고 믿음으로써 구원의 은택들에 참여합니다. 또한 그로 인해 가능해진 교제를 서로 누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는 그에 대한 응답으로서 자기희생을 통하여 하나님께 자신을 드립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리스도께서 몸소 행하신 희생 제사에 공동으로 참여하지도 않을뿐더러 그렇게 할 수도 없습니다.
이렇게까지 말하는 이유는 명확하게 구별되어야만 할 것, 즉 그분의 희생과 우리의 희생을 혼동할까 봐 그런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완전과 타락, 대속과 성만찬, 하나님의 주권과 인간의 응답"을 분명하게 구분해야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