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불량품(不良品)입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에 쓰나미처럼 예고 없이 찾아오는 사건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죽음입니다. 그야말로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우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저는 2년 전 의사로부터 암 선고를 받았습니다. 의사가 조심스럽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한참 동안 힘들 겁니다.” 의사가 이 두 마디를 꺼내기도 전에, 저는 이미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였습니다. "아니, 왜 하필 나한테?"라고 반문하지 않았습니다. "그동안 그래도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착하게 살았는데,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하고 억울해하지도 않았습니다. 사실, 좋은 일을 했으면 또 얼마나 했겠습니까?
“저는 수술을 안 하겠습니다. 제 속에 있는 암과 함께 가겠습니다.” 저는 이미 암을 받아들였기 때문에 의사 선생님께 담담하게 저의 뜻을 전했습니다. 친구 말마따나 코딱지만 한 저의 집, 아침저녁 쓸고 닦고 해서 다시 청소하러 갈 일도 없고, 제가 죽었다고 저의 자식들을 찾아가서 엄마가 진 빚을 대신 갚으라고 할 사람도 없습니다. 또, 제가 죽으면 몇 가지 안 되는 저의 물건을 가져갈 사람도 이미 정해놨습니다. 더 이상 정리할 것도 없습니다. 죽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20년 동안, 매년 연말에 유서를 쓰면서 정리를 했기 때문에 용서할 일도 없고, 용서받을 일도 없는 것 같습니다.
저는 30여 년 동안 사형집행장으로 가는 사형수들을 곁에서 지켜봤는데, 각자 짊어지고 있는 짐 때문에 죽을 때조차 마음 편히 가지 못했습니다. 임신한 처녀도 할 말이 있다더니, 죽음 앞에서도 각자 할 말이 많았습니다. 지금은 못 간다고, 조금 더 살아서 정리할 일이 있다고 악을 썼습니다.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서 열심히 산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뿐만 아니라, 이별도 잘합니다. 자꾸 뒤를 돌아다보는 것은, 거기에 다하지 못한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면서 목숨을 걸고 살아온 사람은 이별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이별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은 모든 것이 다 불량품(不良品)입니다.(양순자/30년간 사형수 상담가로 활동)
"죽음을 앞둔 사람이 취해야 할 태도가 이처럼 분명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죽음 앞에서 할 말이 많은 사람은, 즉 자꾸 뒤를 돌아다보는 것은, 거기에 다하지 못한 미련이 남아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를 알아서 열심히 산 사람은, 죽음 앞에서도 의연할 뿐만 아니라, 이별도 잘한다고 했습니다. 하루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고 여기면서 목숨을 걸고 살아온 사람은 이별도 쉽게 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 생각하면서 살아간다면, 후회가 거의 없는 삶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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