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으로 인한 남모를 슬픔
A는 쾌활하고 유머러스한 친구였습니다. 머리가 비상하고 어떤 순간에도 사람들을 웃기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녀 특유의 유머는 술자리에서 더욱 각광을 받았습니다. A가 입을 열 때마다, 사람들은 눈물을 흘릴 정도로 웃어댔습니다. 모든 사람이 A를 좋아했고, 그녀가 참석한 모임은 너도나도 함께하고 싶어 할 정도로 인기가 좋았습니다. 그러나 그녀에게는 첫사랑으로 인한 남모를 슬픔이 있었습니다. 저와 단둘이 있을 때면, A는 이미 끝난 지 몇 년이 된 이별의 슬픔과 상처를 떠올리며 술을 지나칠 정도로 들이부었습니다.
그녀가 과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저는 "이미 딱지가 앉은 상처를 굳이 긁어서 도로 피를 내는 것과 뭐가 다르지?"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저 자신도 매일 옛 기억을 꺼내고 원망하면서 술을 마시는 주제이기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그녀의 말에 동의하는 몸짓과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넸습니다. 울고 술을 마시고, 또 울고 다시 술을 마시곤 했습니다. 저는 그냥 그녀의 속도에 맞춰서 잔을 부딪쳤습니다. A는 "저한테서 늘 많은 위안을 얻는다."라고 하면서 고마워했습니다.
지나간 기억을 부여잡은 채 상처를 헤집고, 과거를 핑계 삼아 술을 지나치게 마시는 그녀를 보면서, 저는 묘한 우월감을 느꼈습니다. 술에 잔뜩 취해서 망가진 얼굴로 100번도 더 했던 말을 다시 쏟아내는 그녀를 보면서, 저는 속으로 생각했습니다. "어휴! 오늘도 택시에 인사불성으로 누워서 가시겠군! 이번에도 돈 한 푼 안 내고 가겠지. 내일이면 아무것도 기억이 안 난다면서 몸이 아프다고 투덜댈 거고.." 저는 그녀를 불쌍하고 한심하게 여겼습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그래도 내가 이 친구보다는 낫다"라는 작은 위안을 찾았습니다.
"나는 적어도 A처럼 행동하지는 않으니, 알코올 의존증 환자가 아니다"라는 결론에 도달할 때면 안도감을 느끼곤 했습니다. 일부러 나보다 문제가 많은 사람과 매일 만나고, 그들을 한심해하거나 불쌍하다고 여기면서 상대적 우월감을 가졌던 것입니다.(윤은희)
윤은희 님은 이 글에서 친구보다 자신이 더 낫다거나, 아니면 친구의 모순된 점을 지적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그 자신이 얼마나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있었는지를 털어놓고 있는 겁니다. 글쓴이는 결코 그 친구보다 나을 게 없는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 친구를 보면서 스스로 그 친구보다 내가 낫다는 식으로 상대적 우월감을 가졌다는 겁니다. 사실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이런 어리석음에 빠져있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에게는 역지사지(易地思之)가 필요합니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하고 제 모습을 살펴보아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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