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꿈속에서 살다가..
간호사가 와서 “보호자는 함께 왔습니까?”하고 물었습니다. 그래서 “보호자라니요? 저는 혼자 왔는데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간호사는 “그럼 장내시경을 못합니다. 수면 장내시경은 잘못될 경우를 생각해서 보호자가 꼭 동행해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니 그놈의 물 먹느라 밤새 죽을 고생을 다하고 왔는데, 못한다니!" 제 머릿속에서는 금방 만 가지 생각이 왔다 갔다 했습니다. "그래, 그만하자!" 배 원장이 간곡히 부탁한 소견서를 일단 제출했으니, 여기서 끝내자! 속으로 잘됐다 싶었습니다.
그때, 간호사 이야기를 옆에서 듣고 있던 과장님이 우리 대화에 끼어들었습니다. “간호사, 이 환자가 지금 떨고 있어요. 어르신, 저를 믿고 수면으로 하지 말고 그냥 한 번 해보실래요?” 환자가 지금 떨고 있는 걸로 느끼고 따뜻한 말로 안아주신 의사 선생님의 "저를 믿고" 그 한 마디가 너무나 진실하고 편안했습니다. 지상에서 가장 설득력 있는 말이었습니다. 그분은 수면으로 해도 힘들다는 장내시경을 수면보다 더 편안하게 해 주셨습니다. 엄살스럽기로 유명한 제가 언제 끝낸 줄도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장암 말기라고 했습니다.
저는 또 버티기 시작했습니다. “그냥 안 할래요. 저는 보호자도 없고 독거노인입니다.” 그때 그 의사 선생님은 또 조용히 제 마음을 움직이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런 걱정 마시고, 보호자가 없으면 의사와 간호사가 있지 않습니까? 우리를 믿고 수술합시다!” “나 일 년만 살아도 되는데.” “이 상태로는 일 년도 못 삽니다.” 저는 귀신에게 홀린 듯했습니다. 의사 선생님의 따뜻한 말에 녹아서, 저도 모르게 어디론가 끌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수술을 두 번이나 받았습니다. 항암치료도 9개월을 했습니다. 항암치료가 끝나는 날, 다시 병원에 확인하러 가지 않았습니다.
거기서 끝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나는 아직 살아 있습니다. 세상에는 아름다운 것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절체절명의 순간에 제가 들었던 의사 선생님들의 아름다운 언어는, 세상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었습니다.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게 만든 언어의 신비였습니다. 저를 수술대까지 가게 한, 두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신 그 언어의 힘은, 죽는 그날까지 저를 마취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게 할 것 같습니다. 그냥, 그 꿈속에서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양순자)
그렇습니다. 세상에는 소위 "먹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그 나름 올바르게 목회하는 목사들도 아주 많습니다. 세상에는 거만하고 불친절한 의사만 있는 게 아닙니다. 양순자 님이 소개한 그런 의사들, 아름다운 언어로 제법 고집 센 양순자 씨로 하여금 꼼짝 못 하게 만든, 참으로 좋은 의사 선생님들도 엄청 많을 겁니다. 하지만, 좋은 목사와 좋은 의사 선생님만 찾을 게 아니라, 먼저 우리 자신이 좋은 성도가 되고 좋은 환자가 되도록 힘써야 하지 않을까요? 이젠 다른 사람 비판하고 비난하길 삼가고, 우리 자신이 먼저 비난과 비판의 대상이 되지 않게끔 조심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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