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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거기에 고향이 있네!

예림의집 2021. 10. 28. 21:21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거기에 고향이 있네!

이맹윤 교수

삶의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버티고 있을 힘조차 없을 때, 언제나 나를 견딜 수 있는 힘을 주었던 것은 고향의 따사로움이다. 그 고향의 향수 속에 짓게 배어 있는 어머니의 사랑과 기도이다. 나의 믿음을 잡아주던 그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과 일치한다. 고향은 오늘의 나를 있게 해준 곳이다. 내 고향 영월은 봄이 되면 작은 동산을 휘감아 돌아가는 강물 곁으로 화사한 복사꽃 핀다. 봄바람에 꽃비가 되어 내린다. 그래서 면의 명칭을 무릉도원이라고 지었다. 일 년에 한두 번 가는 곳이지만 나의 기억에는 늘 편안하고 아름다운 안식처다. 계절이 바뀌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보면 늘 기억이 난다.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들, 고향에 갈 수 없는 사람의 고향은 어디에 있을까? 난 그들의 고향은 기억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생의 철학자로 알려진 베르그송은 ‘인간은 기억으로 존재한다. 과거는 기억 속에 존재하며 기억은 순간순간의 사건과 느낌이며 그것이 나의 생애라고 했다.’ 생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다면 언제나 가능성을 가지고 살 수 있다. 지난 주말 김포 장릉의 산책길에서 오래된 고목을 만났다. 나무의 껍질이 거의 다 벗겨지고 물기가 하나 없이 허옇게 속살이 드러내고 있었다. 그 나무가 나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아직 벗겨지지 않은 껍질 한쪽에서 새순이 돋아 자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아, 그래 나무는 아직 물길이 남아있었어’ 나무는 기억하고 있었다. 아주 작은 물길이라도 있으면 자랄 수 있다. 는 것을, 그 기억이 나무가 새로운 가지를 뻗을 수 있는 힘이 되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 나를 지탱하게 해주었던 기억은 뭐였을까. 어린 시절 고향에서 가족들과 즐겨 부르던 찬송가 생각이 났다. <나의 사랑하는 책 비록 헤어졌으나 어머님의 무릎 위에 앉아서 재미있게 듣던 말 그때 일을 지금도 내가 잊지 않고 기억합니다.> 어머님의 기도와 성경 말씀의 기억이 오늘까지 나를 성장하게 해준 기억임에 틀림없다.

고향을 찾아 떠나는 여행은 잃어버린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 아닐까? 사람들은 누구나 아름다운 추억, 행복의 순간, 사랑하는 사람과의 아름다운 이야기가 있다. 나의 기억 속에는 어린 시절의 당당한 꿈과 용기의 순간, 엄마의 미소도 친구들과의 우정도… 어쩌면 살아오면서 기록한 나의 삶 전부가 나의 고향인지도 모른다. 그 기억은 위로와 힘이다. 기억은 저장되는 것이 아니고 흐르는 것이라고 영국의 철학자 흄은 말했다. 고향은 내 기억 속에 있어 늘 희망과 용기를 주지만 고향을 잃어버린 사람으로 살 때가 많다. 성경 이사야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너는 물 댄 동산 같고 물이 끓어지지 아니하는 물 샘 같으리라’(이사야 58:11).
아,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그리고 힘과 용기를 주는 말인가. 물 댄 동산은 광야도 들도 산도 아닌 바로 나와 너, 우리에게 있다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과 관계, 사람과의 관계가 회복되면 물이 마르지 않는 샘이 되는 축복을 주신다고 했다. 어린 시절 띄어 놀던 고향의 뒷동산 아래 숨겨진 샘물은 약수였다. 마르지 않는 물이 있는 고향은 샘물과 같은 곳이었다. 무궁화호 열차를 타고 혼자 떠나는 여행이 아마도 가장 낭만적인 여행이 아닐까? 나는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상상할 수 있는 특권은 하나님이 주신 최고의 선물이라고… 고향으로 가는 여행은 늘 설렘과 사랑이 넘치는 여행길이다. 오늘은 소중하고 아름다운 추억의 열차를 타고 나에게로 가는 상상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 고향에 대한 기억은 나를 새롭게 만드는 에너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