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슬프게 기억되는 한 장면..
애청하는 자연 다큐멘터리 중에서 가장 슬프게 기억되는 한 장면이 있습니다. 아프리카의 아주 건조한 지역에서 어미 기린과 새끼 기린이 함께 걸어가가고 있었습니다. 물을 찾아 아주 건조한 땅을 걸어가는 어미 기린은 심히 지쳐 있었고, 아직 너무나 어린 새끼 기린은 엄마 다리 사이에서 걸어가는 모습이 참 연약해 보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하이에나 몇 마리가 그들을 추격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어미 기린이 워낙 크고 가까이 다가가면 뒷발질을 했기 때문에 감히 다가가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기회를 틈타던 하이에나들은 결국 새끼 기린에게 상처를 입히는 데 성공했습니다. 어미 기린은 또 한 번 저항했지만 결국 어절 수없이 하이에나들에게 아기를 빼앗기고 말았습니다. 이어진 장면은, 예상되듯, 새끼 기린이 하이에나들에게 뜯어 먹히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때 저를 슬프게 한 것은 기린의 걸음이었습니다. 뒤에서 아기 기린의 처참한 모습을 목격하고 있던 어미 기린이 그저 가던 길을 뚜벅뚜벅 계속 걸어가는 모습이 카메라에 찍혔던 것입니다. 이 슬픈 장면을 보면서 '어미 기린은 이 고통스러운 사건을 얼마나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까?'라는 질문을 해 보았습니다.
야생의 생명들에게도 끔찍한 사건들이 벌어집니다. 도저히 통과하기 어려운 고통들을 겪습니다. 악을 만나고, 끔찍한 상처를 입습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은 보복을 준비하는 것 같지도 않고, 한 맺힌 절망으로 삶을 살아가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 고통이 해를 넘기지 않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면 새 하루를 새롭게 살아가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도대체 그 힘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요? 망각의 은혜인가요?
아마도 야생에 있는 모든 생명은 하나님의 크심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크신 하나님의 통치 아래서 과거의 시간에 발목 잡히지 않습니다. 자신들이 만났던 고통과 아픔을 창조주께 올려 드리고, 여전히 그들을 품고 계시는 하나님 안에서 지나가게 하는 힘을 얻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아버지가 우리에게 바라시는 것도 그런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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