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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치유자

예림의집 2019. 1. 30. 14:35

상처 입은 치유자


대학 졸업 후 캠퍼스 간사로 선기던 시절, 정말 열심히 말씀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나 설교를 마치고 나면 학생들이 내 얼굴을 잘 마주치려 하지 않았습니다. "간사님은 경건하시긴 한데 좀..." 말 줄임표에는 '부담스럽다'라는 의미가 담겨 있었습니다. 나는 진리의 말씀을 선포한다고 열심히 선포한 설교에 사람들은 정죄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아, 그 순간의 아픔, 고통이라니...! 결혼 적령기 무렵, 배우자를 위해 기도하던 내가 한결같이 들은 말이 있었습니다. "형제님은 경건하기는 한데 좀...", 열심도 있고 열정적으로 사역을 하지만, 역시나 부담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심각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사람을 변화시키고 제자 삼는 일을 하는 내가 부담스러운 존재로 다가간다니...

그때 말씀의 내면화를 가르쳐준 지도자를 만났습니다. "상처 입은 치유자." '자신의 상처를 돌보며... 다른 사람의 상처를 돌보는 것이 목회'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지도자는 자기 마음의 길을 알아야 다른 사람의 영적 여정을 인도할 수 있습니다. 내 삶을 인도한 말씀, 나를 고친 말씀, 내 아픔 속에 드러나는 하나님의 임재를 발견한 사람만이 다른 이들을 이끌 수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제서야 사람들이 나를 꺼리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내 설교에 인간적 친밀함이 없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설교를 위해 성경은 치열하게 연구하면서도, 정작 나의 상한 마음을 말씀 앞에 제물로 드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헨리 나우웬의 책을 닥치는 대로 읽었습니다. 간결한 문장에 담긴 깊은 영성이 나를 거듭 일깨웠습니다. 나우웬의 책은 부피가 두꺼운 경우가 드물지만, 그의 한 문장 한 문장이 나의 묵상 생활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습니다. 말씀을 내면화하는 일이 그때 일어났습니다. 그를 만나면서 더 깊은 묵상의 삶으로 나아가고, 삶을 묵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 이 땅에 없지만, 내게 마음의 길을 가르쳐준 그에게, 나의 상처를 드러내고 아픔으로 사역하는 법을 가르쳐준 그에게 깊은 고마움을 전하고 싶습니다. 그러나 마음의 길을 아는 것은 여전히 어렵게 느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