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유 양식과 동맹 관계
물욕이 강한 사람은 소유로 자신을 규정하고 또 그와 동일한 관점으로 타인을 대하고 판단하는 성향을 보입니다. 사회철학자 에리히 프롬의 표현을 빌리자면, 그런 사람은 '소유 양식'의 삶을 살기 때문입니다. 그는 무슨 차를 타고 다니며, 어떤 동네에서 살며, 어떤 직업을 소유하느냐 하는 것으로 자신을 이해하고, 그것이 자신의 정체성을 드러낸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삶의 양식은 대인 관계에서도 드러나는데, 소유 지향적인 사람은 사람을 사귀고 관계를 맺는 일에서조차도 그것이 자신의 소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를 먼저 계산합니다.
그래서 우정과 같은 고상한 덕에는 실제로 크게 가치를 부여하지 않습니다. 마르틴 부버의 표현대로, 그런 사람은 상대를 인위적 '너(du)'가 아니라 대상적 '그것(es)'로 생각하기 때문에 살마과 우정을 나누거나 친분을 형성하기보다는 '동맹'을 결성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 결과 점점 이웃들로부터 격리되고 소외됩니다. 이런 '소유 양식'을 선택한 사람은, 인간관계뿐 아니라 사회생활에서도 공공 의제에는 별로 관심을 기울이지 않고 참여도 하지 않습니다.
자기 소유의 증감과 관련되어 있지 않으면 신경 쓸 가치가 없기 때문입니다. 탐욕은 이와 같은 '사회적 나태'를 낳고 사회를 점점 더 각박하게 만들고 사람들을 고립시킵니다. 그렇기에 현대 사회에서 인간 소외나 비인간화 같은 사회악은 사실상 인간의 탐욕과 소유 지향적인 이기적 삶에 상당 부분 원인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이 살아가는 데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될 수 없는 귀중한 것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가족 간의 사랑, 친구와의 우정, 이웃 간의 나눔과 베풂, 봉사와 섬김 같은 것들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귀중한 가치이고 행복을 가져다주는 자산입니다. 그러나 돈을 추구하는 사람의 눈에는 결코 이와 같은 것들이 보이지 않고, 그래서 이 귀중한 것들을 좀처럼 누리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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