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양 사역†/찬양팀 영성 훈련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예림의집 2018. 9. 11. 14:12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보통 찬양인도자나 예배에 관련된 글, 신앙과 관련된 글 중에는 목사님이나 선교사님, 소위 신학을 공부하신 분들의 글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찬양인도 역시 영향력 있는 찬양인도자나 실력 있는 팀의 세션, 혹은 예배 기획을 담당하시는 분들의 글이 많습니다. 이런 실격자들이 쓴 글이나 강의는 많은 도움이 됩니다. 매 순간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수많은 회중들 앞에서 성령 충만한 예배를 인도하는 스토리는 감격스럽기까지 합니다. 위대하고 엄청난 에너지를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이 모든 것들이 멀게만 느껴지게 되었습니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예배팀을 보면서 나와 우리 팀 역시 그렇게 되기를 갈망했으나 현실은 그렇게 녹록지 않았습니다. 신학적 지식이 부족한 것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신학에 대한 호기심도 잠깐 가졌었지만 그것이 해답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 오랜 시간 기도하고 고민하면서 얻은 답은, 내가 기준을 너무 높은 곳에 두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영성이나 실력이 그들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태에서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마음을 빼앗겼던 것입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해야 하는 것의 경계를 보지 못했습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마음속에 질문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


유명 선교단체와 대형 교회 예배팀들의 공통점을 분석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전문가였고, 전문적인 악기와 정비를 사용하며, 대부분 넓은 장소에서 많은 인원들과 함께 예배를 드립니다. 그들의 예배는, 직접 참여하지 못해도 동영상을 통해 예배 생활을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었습니다. 한마디로 그들은 프로페셔널한 예배팀이었습니다. 다시 내가 처한 현실에 눈을 돌렸습니다. 우리 교회가 이 지역에서는 분명 성장하고 부흥하는 교회이긴 하지만, 대한민국의 많고 많은 교회 중의 하나일뿐입니다. 찬양 예배 때 모두가 최선을 다해 하나님의 영광을 찬송하고 열정적으로 예배했지만, 수백 명이 모이는 그 예배와 비교했을 때 분명 뭔가가 아쉬웠습니다.

팀에 간혹 음악을 전공하는 멤버가 있긴 했지만 매우 한정적이었고, 콘티는 늘 부르던 익숙한 곡이었습니다. 각자 생업이 있고 한 사람이 여러 부서에 봉사를 하는 터라 연습과 기도에 시간을 많이 투자하는 것도 부담스러워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분명 '다른 사람', '다른 팀'이었습니다. 유명 선교단체와 대형 교회 찬양팀들이 한국 교회의 찬양 예배에 새로운 시도와 바람직한 모델을 제시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너무 앞서 있었고 먼발치에서 그들을 동경하고 쫓아가야만 하는 지역 교회의 찬양팀들은 너무 지쳐버렸습니다. 그들과 분명 달랐습니다. 

좋은 모델은 많았지만 같은 처지의 모델은 오히려 찾기가 어려웠습니다. 교인 수가 100명 이하 규모의 교회 찬양팀, 교회 구성원 중에서 청년이나 청소년들이 상대적으로 적고 장년들이 더 많은 교회의 찬양팀, 건반이나 드럼 등 악기는 있지만 제대로 다룰 수 있는 헌신자가 없는 교회의 찬양팀, 전문 찬양 인도자가 없어서 교역자나 평신도 중에 찬양인도를 하는 찬양팀 등이 그것입니다.

그럴듯한 조직력도 없고 예산도 부족하며 열악한 상황에서 고군분투하는 찬양팀과 예배인도자들이 우리 주위에는 훨씬 더 많습니다. 지역 교회에는 지역 교회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존재합니다. 이것은 선교단체나 대형 교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는 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사용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고 우린 그저 여러 가지 종류의 도구일 뿐입니다. 각자가 처한 현실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다하는 것이야말로 우리를 부르신 주님의 뜻이며 도한 우리의 사명이기도 합니다.


-이창원 「나는 찬양 인도자입니다」 / CLC 펴냄